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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테너 강요셉 "11년간 무대 지킨 성실함이 성공 비결"

입력 : 2016-07-31 20:55:06 수정 : 2016-07-31 20: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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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음 20번도 넘는 역 마다 안해

남에겐 어려운 역… 되레 희열 느껴"

오스트리아 음악극장 남자 주역상
오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페라 콘체르탄테로 ‘파우스트의 겁벌’에 출연하는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45·윤태현)과 테너 강요셉(38)을 공연에 앞서 만났다. 지난해 5월 독일 베를린도이치오페라에서 두 성악가가 나란히 주역을 맡았다. 사무엘 윤이 베를리오즈 ‘파우스트의 겁벌’ 중 메피스토펠레스, 테너 강요셉은 파우스트를 연기했다. 이번 공연은 당시의 감동을 재현한다.
테너 강요셉은 “(로시니 오페라 ‘빌헬름 텔’에 출연하면서) 남에겐 어려운 역이지만 오히려 처음 들었을 때 신났고, 고음을 내면서도 시원했다”며 “장점을 다 보여줄 수 있어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지난 2013년 테너 강요셉은 11년간 몸담은 직장인 독일 베를린도이치오페라를 나오기로 했다. “이대로 있으면 안주하다 젊은 시절이 끝날 것 같아서”였다. 아내는 “돈 못 벌어도 된다”며 등을 떠밀었다. 앞날은 백지였다. 일정이 전혀 없었다. ‘괜히 나왔나’ 불안했다. 이후 3년간 그는 등에 날개를 단 듯 비상했다. 지금 그는 “1000% 나온 게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3년 사이 그에게 큰 사건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2013년 12월에 일어났다. 전날 공연을 마치고 독일 베를린에서 산책하는데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에서 전화가 왔다. 오후 7시 ‘라보엠’ 공연에 서달라 했다. 대타는 양날의 검이다. 잘하면 기회의 문이 열리지만, 못하면 그 극장과 영영 이별이다. 비행기를 탄 그는 오후 7시 15분에야 극장에 닿았다. 공연장 측은 ‘테너가 오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방송을 내보냈다. 무대에 서니 상대 가수는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였다. “얼떨떨하고 멍한 날로만 기억된다”는 이날 공연은 그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젖혔다. 미국 메트오페라, 이탈리아 라 페니체 등 여러 극장에서 연락이 쇄도했다. 그 결과로 2017·18 시즌 메트오페라에 데뷔한다.

 2014년 10월도 잊을 수 없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극장이 100년 만에 로시니 오페라 ‘빌헬름 텔’을 올렸다. 그는 테너의 최고음인 ‘하이C’가 스무 번 넘게 난무하는 아르놀트를 맡았다. 강요셉은 “파바로티도 이 작품을 안 하고 음반만 한 번 냈을 정도로 세계 메이저급 극장에서 아르놀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야 4명”이라며 “세계에 ‘빌헬름 텔’을 올리는 극장이 7개 정도인데 이 중 5개를 제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에겐 어려운 역이지만 그는 오히려 “처음 들었을 때 신났고 고음을 내면서도 너무 시원하다”며 “장점을 다 보여줄 수 있어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 공연으로 그는 ‘2016 오스트리아 음악극장 시상식’에서 남자 주역상을 받았다.

 그가 처음부터 화려했던 건 아니다. 노래를 좋아한 그는 중학생 때 ‘노래 들으며 돈 벌 수 있으니 택시운전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음악교사를 하려고 대학은 삼육대학교 음악교육과로 진학했다. 4학년 때까지도 별 야망이 없었다. 2002년 베를린도이치오페라에 들어갔을 때는 주인공에게 편지를 갖다주는 단역이었다. 극장 측에 ‘기회를 달라’고 적극적으로 조른 그는 2004년 ‘마술피리’의 타미노를 거머쥐었다.

 그는 성공 비결로 “11년간 한 번도 공연을 취소하지 않은 성실함과 타국 문화에 섞이려 한 유연함”을 들었다. 그는 2000년 이탈리아에서 콩쿠르에 가던 중 홍수로 기차가 멈추자 지나는 차를 얻어타고 기어코 대회장에 갔을 정도로 철저했다. 탁월한 고음, 183㎝의 큰 키라는 태생적 조건도 유리했다. 그는 “유럽에서 키의 장점을 많이 느낀다”며 “연출자가 저를 소개받을 때 동양인이냐가 아니라 키를 물어본다”고 했다. 세계 무대에서 높이 비상한 그는 “아직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테너의 전성기가 짧은 건 ‘투란도트’ ‘아이다’ 같은 드라마틱한 역할을 오래 했을 경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틱한 역할을 나중으로 미루고 있어요. 제 전성기는 드라마틱한 역을 했을 때일 거예요. 노래와 성대의 측면에서 제 전성기는 아직이에요.”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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