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의원이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확정된 직후 당기를 흔들며 당원과 지지자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조직력·인지도 앞세운 호남 대표 탄생
이 대표 승리 요인은 친박계의 막강한 조직력과 상대적으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해 온 그의 인지도가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친박계는 20대 총선 참패 이후 줄곧 당 안팎의 책임론 공세에 시달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내년 대선의 정권 재창출을 확신할 수 없게 됐고, 여권 내부에서도 주류 세력으로서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형국이었다. 이에 따른 위기감이 친박계를 다시 뭉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7·14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김무성 대표가 등장하며 청와대 견제론으로 불안한 당·청 관계가 계속된 데 대한 학습효과도 작용했다.
이 대표는 사상 처음으로 호남 출신이면서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당권주자 중 선수는 가장 떨어지지만, 인지도는 가장 앞섰다. 전대 선관위는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한 총 득표수만 공식 발표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 이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2위 주호영 후보의 약 2배에 달하는 표를 얻으며 격차를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된 이후 줄곧 자타가 공인하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약해온 이력이 축적된 결과다. 더구나 호남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고군분투하느라 총선 책임론에서 비켜나 있었던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비박계는 단일화를 거쳤음에도 결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인지도 측면에서 열세였던 비박계 주 후보는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었던 데다가 정병국·김용태 후보 간 1차 단일화에는 참여하지 않아 비박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며 역전에 실패했다.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인 이정현, 이주영, 주호영, 한선교 의원(왼쪽부터)이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손을 들어 당원·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친박 패권주의 우려에도 반기문 영입론 탄력받을 듯
이 대표 체제의 가장 큰 과제는 단연 내년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재창출이다. 내부적으로는 비박 진영의 반발을 잠재우고 당의 통합을 이루고, 외부적으로는 야권과 맞서기 위해 당내 잠룡을 육성하거나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 친박계는 이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최고위원을 이용한 물량공세로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험난한 여정이 불가피해진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당권주자와 달리, 친박계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 내지 옹립에 탄력을 붙일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친박 패권주의의 부활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새 지도부의 숙제도 적지 않다. 20대 총선과 이번 전대 과정에서 드러난 계파갈등이 대표적이다. 대선 경선마저 또다시 계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면, 여권 후보 지지율 추락이나 경선 불복 등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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