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 옛날 이야기가 될 것 전국이 쩔쩔 끓는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막강한 권력도 십 년을 가지 못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이 지나면 시들고 만다)이라고 했던가. 온몸을 바짝 익힐 듯한 화덕열기도 이제 곧 사그라들 것이다. 어찌 됐건 찜통더위 덕에 지난 수주간 매일 저녁 시원한 맥주를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무더위라는 것이 무조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주류 판매를 진작시키는 것은 더위뿐이 아니다. 지난 1일 모건 스탠리는 자율주행차가 주류판매를 진작시킬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율주행모드로 놓고 탑승을 하면 운전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전 세계 음주 횟수가 월 1회 정도 증가할 것이고, 그 결과 주류관련 세계 시장 규모가 약 33조원 증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월 2회 증가한다면 전 세계 음주시장은 약 280조원 증가할 것이라 한다. 음주와 운전은 공존이 불가한 상호 상극인 존재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율 주행차의 등장으로 음주와 운전의 상호 관계가 상극에서 상호보완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보인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
스마트카 시대에는 자동차가 택배 물품도 수령한다. 스마트카에 바코드 리더기능이 있다. 배송업체 직원이 배송품의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스마트카의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 배송업체 직원은 택배물품을 트렁크에 싣고 트렁크를 닫는다. 배송 끝이다. 택배업체 직원이 아파트 경비아저씨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애써 잘 보이며 물품을 맡길 이유가 없다. 스마트카 물류서비스는 이미 독일의 벤츠사와 물류업체 DHL이 연합해 현재 독일에서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BMW와 인텔 연합군은 7월 초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2021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레벨 5은 자율주행기술의 최상위 단계로서 출발지와 목적지 입력 외에는 인간의 조작 없이 목적지로 주행이 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온갖 낙관적 예측에도 자율주행차 기술은 사람의 목숨을 맡기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교통 경찰의 간단한 수신호조차 아직은 인식을 못한다. 시속 40㎞로 움직이는 0.5t의 쇳덩어리는 제어권을 상실하는 순간 치명적인 살상무기가 된다. 5월 초 발생한 테슬라 모델 S의 인명사고는 자율주행차 사고대처 능력의 민낯을 보여준다.
도래할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현재 내연기관과 변속기에 근간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재편은 필연이다. 완성차 업체와 기계부품업체로 구성된 생태계가 붕괴되고 배터리 업체, 모터 업체, 소프트웨어업체로 구성된 새로운 생태계가 구성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단순한 자동차 관련 산업 구조의 재편을 훨씬 넘어서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양식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주류시장의 확대, 물류시스템의 혁명은 여명에 불과하다. 자율주행자동차 기술확보에 정부와 산업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과 더불어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연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음주운전 절대불가’라는 문구가 역사교과서 귀퉁이의 한 소절로 남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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