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또 다른 악영향 중 하나는 국민보건에 대한 위협이다.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뿐 아니라 콜레라 환자의 발생에서 보듯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동남아와 중남미 등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던 열대성 질병이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홍상 APEC 기후센터소장 |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질병의 확산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먼저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해 깊이 있는 과학적 이해와 신뢰할 만한 예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기후변화와 연계해 발생 가능성이 큰 각종 질병과 기후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이윤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이러한 일에 끌어들일 경제적 유인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에 우선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꾸준히 인력과 재원을 투입해 연구를 선도하고 관련 전문가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기후예측기관과 보건·의료기관 간의 긴밀한 협업도 중요하다. 유럽에서 행해진 고온과 호흡기질환 환자 발생 간의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고온으로 7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호흡기질환 발생의 위험성이 뚜렷이 증가했다. 이러한 기후와 질환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문제에 선제로 대응한다면 막대한 사회적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기후변화와 보건문제는 글로벌 문제임을 인식하고 국제적으로 공조·협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화 시대에 국가 간 인적교류가 늘어나고 해외여행이 보편화됐다. 지카 바이러스의 전 지구 확산처럼 외국에서 발생한 질병이 국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정보교류 및 공조·협업을 통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제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기후예측과 보건의료 기관이 함께 각종 해외지원 사업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유사질병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대처능력을 기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정홍상 APEC 기후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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