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춘 독일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경제는 제조업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중심에 중소기업이 있다. 독일 중소기업은 생산성, 효율성에서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독일은 이러한 제조업 기반 강소기업의 힘으로 유로존 위기 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 중소기업의 힘은 ‘마이스터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문 기술자인 마이스터는 청소년 시절부터 직업교육을 받아 사회에서는 박사급에 해당하는 사회적, 경제적 대우를 받는다. 중소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노동자는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여건을 보장받는다. 이처럼 전후 국가적 차원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 마이스터제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 기반의 경제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한 독일은 유럽 경제를 사실상 이끌어가는 국가로 발돋움했다.
노키아의 아픔을 겪은 핀란드, 현대중공업에 선박건조크레인을 1달러에 매각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기업 위주 경제를 벤처와 기술혁신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했다. 혁신 클러스터, 인큐베이터 등 벤처와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창의적 분위기, 효율적 창업지원 시스템인 ‘엑셀러레이터’ 등이 자리 잡았다.
핀란드는 노키아라는 대기업의 몰락 이후 스타트업 육성 위주로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 신생 스타트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기관인 기술혁신청(TEKES)을 경제고용부 산하에 설립했다. 투자청은 창업한 지 2년 이내 스타트업에 창업과 기술개발비용을 절반 가까이 지원했다. 법인세율도 20%로 낮게 적용해 창업 유도에 나섰다. 노키아를 떠난 우수한 인력들은 핀란드 정부의 실업급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노키아도 2011년부터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퇴직인력에 1인당 2만5000유로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노키아 출신 양질의 인력과 과감한 투자가 결합하면서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잘 알려진 슈퍼셀과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나라에 비해 대기업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이 2014년 기준 한국·미국·일본 3국의 기업규모별 임금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봉 비율로 분석하면 한국의 중소기업(300인 미만)과 대기업(300인 이상) 임금격차는 96.8%로 대기업 임금이 중소기업의 약 2배에 달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24.5%, 일본은 20∼30% 정도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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