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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韓 여전히 겉모습으로 사람 판단한다

입력 : 2016-09-11 05:00:00 수정 : 2016-09-11 09: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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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먹고 자는 ‘의식주(衣食住)’ 활동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고, 빈곤에 허덕이는 국가일수록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이 지상과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사회 역시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삶이 훨씬 윤택해진 2016년 한국사회는 의식주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전보다 여유로움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내 집 마련은 어려운 일이고, 풍족한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는 해도 의식주가 생존의 영역에서 ‘자기만족’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 IMF 금융 위기 직후인 2001년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2016년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를 비교해본 결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주 생활에서 자기만족을 중시하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의식주 활동은 과거 생존의 영역에서 최근 자기만족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들이는 것 아깝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들도 급증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 신경 많이 써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의식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겉모습이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74.1%가 우리나라에서는 옷을 잘 입어야 대접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는 2001년 조사 결과(73.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옷을 잘 입어야 대접을 받는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남성(67.4%)보다는 여성(80.8%), 그리고 20대 이상에서 옷 차림새의 중요성을 보다 많이 체감하는 모습이었다.

전과 달리 외모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회적 분위기는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람들(47.8%)이 2001년(39.8%)보다 증가한 것이다. 최근 외모가 개인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외모를 가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태도는 10대(55.6%)와 20대(61.4%) 젊은 세대에게서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2001년에 비해 여성(01년 42.9%→16년 51.1%)뿐만 아니라 남성(01년 36.8%→16년 44.4%) 역시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커졌다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이제 남성에게도 외모관리가 중요해진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실제 남자도 향수나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01년 39.3%→16년 53.8%), 남자가 염색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01년 42.2%→16년 57.4%)는 인식이 2001년에 비해 매우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밖에 아름다움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01년 32.7%→16년 36%) 역시 소폭 증가했다. 남성(27.6%)보다는 여성(44.3%), 그리고 20대(45.6%)가 성형수술에 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 꾸미는데 돈 들이는 것은 'OK'

2001년과 비교했을 때 자기관리에 투자를 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커진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였다. 먼저 자기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들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소비자가 44.7%로, 2001년(26.6%)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등 모든 연령대에서 자신의 외모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성향이 2001년보다 짙어졌다. 여성(01년 30.4%→16년 51.5%)만큼 남성(01년 22.8%→16년 37.8%)도 외모관리에 비용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부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53.3%)도 15년 전(37.4%)보다 훨씬 많아졌다. 역시 여성(01년 49.3%→16년 65.4%)뿐만 아니라 남성(01년 25.5%→16년 41.2%)도 피부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으며, 40대(01년 33.3%→16년 47%)와 50대(01년 28.7%→16년 50.6%) 중장년층의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패션경향이 강해진 것도 눈에 띈다. 옷이나 구두 등에 뚜렷한 자신만의 개성이 존재한다는 소비자(42.9%)가 2001년 조사(32.1%)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50대가 옷이나 구두 등에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하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았으며, 2001년과 비교했을 때 그 변화 폭(01년 24.7%→16년 50%)도 가장 큰 특징을 보였다.

옷에 따라 구두와 넥타이, 액세서리 등을 맞춰 입으면서(01년 44.4%→16년 53.8%)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실제 전체 50.4%가 주변 분위기와 상관없이 나만의 스타일로 옷을 입는 편이라고 응답할 만큼 개성을 추구하는 패션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먹는데 돈 아끼지 않는다"

식생활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과거보다 먹는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 보다 적극적으로 음식문화를 소비하려고 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먼저 2016년 현재 소비자의 절반 이상(52%)은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1년 조사(43.5%)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결과로, 다양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즐기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남성(46.6%)보다는 여성(57.4%), 그리고 젊은 세대가 음식을 사먹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보다 많이 보였다. 다만 50대 소비자의 경우에도 2001년보다는 먹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응답(01년 33.3%→16년 48.2%)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음식소비 문화가 이제는 젊은 층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전체 2명 중 1명(48.9%)은 평소 요리 관련 뉴스나 프로그램을 관심 있게 찾아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15년 전인 2001년(35.9%)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요리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즐겨보는 것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먹방’이나 ‘쿡방’의 인기와도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특히 2001년에 비해 여성(01년 51.5%→16년 58.4%)보다 남성(01년 20.1%→16년 39.4%)의 음식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주목할만한 변화였다.

또한 집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새로운 음식을 찾아나서는 것도 최근 뚜렷해진 식생활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음료나 식품이 나오면 사먹어 보고(01년 35.4%→16년 48.3%),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 다니며(01년 40.7%→16년 48%), 비싸더라도 분위기가 좋은 음식점을 찾는(01년 21.3%→16년 28.2%)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주로 인스턴트 음식 즐겨 먹어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일상적인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실제 식생활은 오히려 더 건강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인스턴트 식품이나 군것질을 즐겨먹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2001년에 비해 평소 간식이나 군것질을 즐기고(01년 46.1%→16년 55.6%),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는(01년 34.8%→16년 45.1%) 소비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간식 및 군것질과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는 식습관이 매우 뚜렷하다는 점에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컵라면 등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먹고(01년 32.9%→16년 39.6%), 점심으로 햄버거나 치킨을 종종 이용하는(01년 26.3%→16년 31.4%) 사람들도 전보다 많아졌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가구의 경우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먹고(48.9%), 컵라면 등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먹는(51.6%) 경향이 훨씬 강하다는 점도 주목해볼 모습이었다.

그밖에 사회전반적으로 스파게티나 피자를 좋아하고(01년 41.8%→16년 57.4%), 떡볶이나 튀김 등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01년 42.5%→16년 56.6%) 사람들도 많아져 우리사회의 입맛이 보다 서구화되고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집에 대한 소유욕 ↓…도심에서 거주 희망하는 건 여전

주거생활과 관련해서는 집에 대한 소유욕이 줄어들고, 도심에서의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였다. 특히 2001년에 비해 내 집 마련 욕구가 많이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3.1%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집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는데, 이는 2001년(73.3%)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결과다.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와도 다름 없었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01년에는 모든 연령대에서 집의 소유욕이 비슷하게 높았던 데 반해, 올해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내 집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구입비용이 매우 높아진데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소비자는 24.6%에 불과했으며, 집은 거주공간이라기 보다는 투자 대상이라는 의견은 11.1%에 그쳤다.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2001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43.4%가 복잡하더라도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살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2001년(34.7%)에 비해 도심 거주 욕구가 커진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남성(36.9%)보다는 여성(49.8%), 그리고 젊은 세대가 복잡함을 감수하고라도 교외보다는 도심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의향을 더 많이 나타냈다. 반면 교통이 불편해도 공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하거나(01년 56.6%→16년 47.4%), 다소 멀고 불편해도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01년 55.2%→16년 45.6%) 바람은 줄어들었다. 다만 50대의 경우에는 공기 좋은 곳(01년 64.1%→16년 63.2%)과 전원주택(01년 61.8%→16년 57.4%)에서의 거주의향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개인공간 중시…'홈 인테리어'에도 관심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 중에서는 개인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커진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같은 평수라면 방의 개수가 적더라도 큰 방이 있는 집이 좋다는 의견이 41.6%로, 2001년(77.6%)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방의 개수가 많아서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주거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보다 벽이 없는 원룸 형태의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의견(01년 30.7%→16년 18.2%)이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리사회의 개인화 성향이 심해지고, 나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그밖에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의향(01년 51.3%→16년 55.9%)이 2001년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또한 양옥보다는 한옥주택이 좋다는 의견이 증가한(01년 25.5%→16년 30.7%) 반면. 침대보다는 온돌이 좋다는 의견은 감소해(01년 38.2%→16년 26.2%) 다소 상반된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최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 인테리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으나, 2001년과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실내 장식에 대한 관심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내장식에 신경을 쓰고 있거나(01년 43.8%→16년 35.2%) 잡지나 신문에서 실내장식과 관련된 내용을 관심 있게 본다(01년 48.2%→16년 41.6%)는 소비자가 모두 줄어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접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집안 가꾸기를 좋아하고(01년 34.7%→16년 32.4%), 가구배치나 장식 등을 자주 바꾸는(01년 23.4%→16년 18.2%) 소비자도 감소했다. 다만 집안장식은 단순한 것이 좋다는 생각(01년 72%→16년 72.7%)만은 변화가 없었다.

10명 중 6명 정도(56.8%)가 지금 사는 곳의 실내공간을 바꾸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낼 만큼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정도가 막연한 수준에서 머물고 있거나 기본적으로 실내 장식에 대한 욕구 및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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