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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앱'에 제공하고 있다

입력 : 2016-10-04 21:31:20 수정 : 2016-10-05 13: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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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누른 앱 '동의' 버튼… 개인정보 '줄줄' / 스마트폰 앱 사생활 침해 심각 / 쏟아지는 앱… 편리한 만큼 개인정보 고스란히 노출 / 선정·폭력 앱에 청소년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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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앱 220만개 이상, 스마트폰 한 대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 평균 78.8개. 모바일시대의 개화로 각양각색의 앱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고 있다. 초등학생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개발환경 덕분에 앱을 통한 생활의 혁신과 다양한 사업의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앱 개수가 급증하면서 이용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앱들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거나, 청소년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은 평균 78.8개인 반면 하루 이용앱은 19.4개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에는 운영체제(OS) 사업자와 제조업체, 이동통신업체가 각각 자사 전용 앱을 미리 깔아놓는데 총 50∼70여개 수준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선탑재 앱은 삼성 27개, 이동통신사(SKT 기준) 17개, 구글 11개 등 총 55개다. LG전자의 ‘V20’는 SKT 기준 총 70개의 앱이 설치돼 있다. 이는 ‘정부 3.0 서비스 알리미’처럼 이용자가 선택동의해야 구동되는 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여기다 카카오톡이나 포털, 지도 등 이용자가 개별적으로 다운받아 설치하는 앱을 합하면 80∼90개를 훌쩍 넘게 된다.

다양한 앱들은 오프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한 편의와 즐거움을 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이용자들이 앱을 설치하면서 무심코 ‘동의’ 버튼을 누르는 습관을 악용해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든 앱은 구동을 위해 이용자에게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달라고 요구한다.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번호부, 위치 정보, SMS, 사진·미디어파일 등의 기능에 접근할 수 있고 앱의 종류에 따라서는 해당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는 권한으로,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 스마트폰 앱의 과도한 개인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앱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은 OS 사업자로 하여금 앱 개발자가 이용자의 단말기정보 등에 불필요하게 접근할 권한 설정을 최소화하도록 개발환경을 제공하도록 했다. 앱 개발자는 이에 맞춰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앱 권한을 설정하도록 했다. 과도한 앱 권한을 부여받아 이용자의 동의 없이 단말기정보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관련 매출액의 3% 이하의 과징금,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부과된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일부 서비스 앱조차 과도한 접근권한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의 스마트 국민제보 앱은 27개의 접근권한을 요구하고 국립자연휴양림정보 앱과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도 각각 26개와 25개의 접근권한을 요구한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선탑재 논란을 일으켰던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에서 연결되는 91개 앱(안드로이드 기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10개에 달하는 접근권한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 산하기관의 41개 앱의 접근권한 요구도 평균 10개에 이른다. 

문제는 접근 권한의 개수가 아니라 앱을 구동하는 데 꼭 필요한 권한인지 연관성 여부다. 안전신문고 앱은 앱의 목적이나 성격과 상관없는 위치정보는 물론 카메라, 사진, 전화번호와 문자에 대한 접근권한을 요구한다. 26개의 접근권한을 요구하는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 스마트뱅킹’ 앱도 예금 및 공과금 납부 용도와는 거리가 먼 위치정보와 사진 등의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앱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는 만큼 이용자의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갖는 주체도 덩달아 늘어 개인정보 침해나 유출 등의 사고 위험도 더 커졌다. 방통위가 지난 8월 ‘배달의 민족’, ‘직방’, ‘다방’, ‘롯데홈쇼핑’ 등 생활밀접 주요 앱 사업자의 개인정보취급·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11개 사업자가 관련 법규를 위반해 시정조치를 받았다. 이들은 고객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고객정보를 넘기거나 개인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전송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개인정보를 파기하기 않은 채 계속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윤문용 정책국장은 “개인정보 접근 권한 범위에 대한 정확한 법적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 이름이나 바탕화면 사진만 봐도 성인용임을 알 수 있는 앱들이 3세, 7세, 12세 이용가로 제공되고 있다.
이은권 의원실·구글 플레이스토어 제공
◆ 자율 맡긴 ‘앱 연령등급’ 자정 능력 상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p· 이하 앱)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면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앱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앱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용연령 등급 설정을 업계 자율에 맡겼지만,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취재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앱 장터)에서 ‘성인’, ‘섹시’, ‘야한’ 등의 검색어로 무작위로 찾은 앱들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성인 만남과 랜덤 채팅 등이 ‘17세’ 등급으로 분류돼 있었다. 17세 등급 앱은 별도의 연령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내려받을 수 있다.뿐만 아니라 ‘섹시한 ○○’, ‘섹시 핫 ○○○’ 등의 앱은 3세, ‘만취 ○○’는 7세, ‘섹스 ○○○’ ‘무료 섹스 ○○’는 각각 12세 등이었다. 이런 앱들은 노골적인 앱 타이틀만큼이나 바탕화면에 야한 그림과 사진을 걸고 있는데도 버젓이 3세, 7세 등급으로 표시돼 있다. 오히려 ‘청소년이용불가(19금)’나 ‘18세’ 등급의 앱을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다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물의 등급을 분류하는데도 업계 자율에 맡기다 보니 국내 게임 등급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다반사다.문제는 국내에서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인 게임물마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17세이상 이용가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온라인 앱스토어인 ‘원스토어’에서 성인게임(19금)으로 분류된 좀비 슈팅 게임이 플레이스토어에서는 대부분 17세 이용가이며 심지어 3세 이용가 좀비 게임도 있다.

하지만 구글 측은 “구글은 게임물 관리에서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앱의 이용연령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된 것 아니냐는 세계일보의 질의에 대해 구글 측은 “게임의 경우 18세 등급은 게임물 관리 위원회만이 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며 “17세 등급의 모든 게임물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보내면 위원회가 삭제가 필요한 게임물과 18세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게임물을 선별, 이에 따라 구글 플레이는 해당 결정을 스토어에 반영한다”고 답해왔다. 성인용 데이트나 채팅 앱에 대한 해명은 들을 수 없었다. 구글은 “구글은 청소년 보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앱들의 등급 분류를 수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앱 개발과 관련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제한적으로 일부 사후심의를 할 뿐 사전심의나 관리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신종 미디어가 출연할 때마다 규제를 하면 규제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앱 초기화면만 보고도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사후심의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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