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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그냥 일회용 컵으로 주세요"… 쌓여만 간다

입력 : 2016-10-11 19:26:37 수정 : 2016-10-21 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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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줄이기’ 자발적 협약 유명무실 / 사용량 되레 늘어 실효성 없어 “그냥 일회용 컵으로 주세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커피전문점. 약 1시간 동안 30여명의 손님이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그중에서 텀블러나 일반 컵을 사용하는 사람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쉽게 버릴 수 있어 편하기도 하고 위생적이라고 생각해 같은 가격이면 일회용 컵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쓰레기통 주위에 수북이 쌓인 일회용컵.
환경부가 2013년부터 커피전문점 및 패스트푸드 매장과 자발적 협약을 통해 일회용 컵 줄이기에 나섰으나 오히려 사용량이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환경 문제뿐 아니라 매장 주변 재활용 쓰레기량 증가, 악취 문제가 겹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자발적 협약을 맺은 매장의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2년 5억6755만개에서 지난해 6억7241만개로 약 18% 증가했다. 이는 협약 매장 수가 4년 새 6099곳에서 7922곳으로 늘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장당 일일 평균 사용량이 2014년 227개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다시 232개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협약이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공원에 버려진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인 ‘옐로 플래그’를 설치한 모습.
환경부는 2013년 커피전문점 12곳, 패스트푸드점 5곳과 처음 협약을 맺으면서 매장당 음료 판매량 대비 일회용 컵 사용량을 매년 전년보다 3%포인트 이상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런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는 지난해 텀블러 등 기획상품(MD)을 판매해 70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었지만 정작 텀블러나 머그컵 사용 독려에는 소극적이다.

최근 들어서는 스테이크나 볶음밥을 플라스틱 컵에 담아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음식점도 인기를 끌고 있어 전체 일회용컵 발생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이다 보니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데다 고객이 일회용품을 원할 땐 협약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점포 주변 길거리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일회용 컵으로 악취가 발생하거나 도시 미관을 해치는 등 사회적 비용 낭비도 상당하다. 10일 오후 8시쯤 서울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쪽에서는 전봇대와 골목 사이사이에 음료가 남겨진 일회용 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일대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은 “500m쯤 되는 거리에 100m마다 일회용 컵이 30∼40개씩 나오곤 한다”며 “특히 여름에는 수거되는 쓰레기 양이 100L 봉투 10개 정도 되는데 80∼90%가 일회용 컵”이라고 말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기획팀장은 “현행법은 음식물을 배달하거나 가져가는 경우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어 별다른 규제가 없는 실정”이라며 “2008년 폐지된 컵 보증금 제도를 재도입하되 기존에 지나치게 적었던 보증금을 높이고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사용하면 인센티브를 크게 주는 방식으로 (일반 컵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소통 아티스트인 젤리 장씨는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쓰레기로 시름하던 서울 연남동 경의선숲길공원 곳곳에 서부공원녹지사업소의 후원으로 ‘사고, 즐기고, 왔던 곳에 버리자’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꽂는 ‘옐로 플래그’ 캠페인을 벌여 공원을 깨끗하게 만든 경험을 소개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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