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 모르쇠로 일관
‘나홀로 국정’ 리더십 위기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2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박 대통령 취임 후 갤럽 조사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자랑하던 박 대통령의 급속한 지지율 하락 추세도 심상치 않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무대응 방침이 더 걱정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지난 4·13 총선 직후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29%에 그쳤다. 그래도 고정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중·장년층, 대구·경북지역 지지율에 힘입어 반등하곤 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추석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인다는 게 갤럽 측 설명이다. 지난주 취임 후 네번째로 29%를 찍더니 한 주 만에 26%로 주저앉았다.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보다 많았던 연령대는 60대 이상뿐이다.
여론조사가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하지만 정책이나 국정 현안에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데 밀어붙일 수는 없다. 대통령 비서실이 여론 추이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국정홍보 기능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시종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오불관언하는 건 유감이다. 이런 불통 리더십이 민심 이반을 더욱 부추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통 미흡’(15%)이었고 경제정책(14%), 독선(7%) 순이었다.
국회 국감에서 연일 최순실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터져나온다. 국민들은 민간인인 최씨가 어떻게 전경련이 돈을 댄 미르재단 인선에 개입하고 딸 입학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는지 궁금해한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구설에 오른다면 가장 먼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고 진위를 밝히는 게 청와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고, 이를 관장해야 할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감 출석은 여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막는다.
청와대는 경제·안보 위기 대응이 급선무라고 한다. 그런데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에 협력을 호소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은 안 보인다. 국정 관련 의혹에는 눈 감고 비상 시국이니 따르라는 건 구시대적이다. 20%대 지지율은 여러 비판에도 ‘나홀로 국정’을 고수한 데 따른 결과다. 이걸 고치지 않고 야당, 국민 탓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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