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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수성가 적고 대물림 부자 넘치는 창조 한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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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8 23:07:33 수정 : 2016-10-18 23: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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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상승 사다리 점점 사라져
너무 척박한 창업 생태계 탓
도전 지원 시스템 구축 시급
우리나라에 자수성가형 부자는 적고 상속 부자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자산정보회사인 웰스X와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지난해 자산 3000만달러(약 330억원) 이상인 세계 고액 자산가 1만8245명을 분석했더니 한국은 자수성가형 부자의 비율이 33.3%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53개국 중 47위로 최하위권에 가깝다. 세계 평균 63.8%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고액 자산을 상속받고 좋은 교육을 받은 금수저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상속으로 갑부가 된 이들은 19.6%로 세계 평균 17.3%보다 높았다. 국내 부자들의 명문대 졸업 비중도 78.4%로 세계 최고였다. 좋은 신분과 부를 물려받은 금수저가 넘치고 자수성가는 빈약한 우리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자수성가형 부자가 많다는 것은 사회의 역동성, 경제적 성취와도 깊은 함수관계를 지닌다. 경제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이나 창업이 활발한 선진국에서 이런 유형의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폴란드는 모두 90%를 웃돌았다. 미국 75%, 영국 74.2%, 일본 56.7%로 주요 선진국 역시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부의 세습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척박한 창업 환경 탓이 더 크다. 우리나라에선 벤처 창업을 하더라도 대기업 주도의 하청구조 하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실패자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국내 벤처 1세대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말한 그대로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110일간 수감생활을 했던 그는 최근 무죄로 풀려난 뒤 주위 사람들로부터 “거 봐, 뭐 하러 정부와 일을 하나. 돈 벌면 한국에선 빌딩 사는 게 최고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청년실업 문제 풀자며 너도나도 창업을 얘기하는데, 이런 풍토에서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우리 청년들이 왜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고 창업을 기피하는지 정부 당국자들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의 기치 아래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센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모험적인 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길을 터주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척박한 창업 생태계를 옥토로 바꾸지 않으면 ‘창업의 꿈나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과 양극화 해소도 당연히 백년하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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