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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바지 내리는 남자' 활개 치는 까닭은?

입력 : 2016-10-21 05:00:00 수정 : 2016-10-20 15: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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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골목길 등에서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이른바 '바바리맨'이 최근 서울 시내 여자대학에 출몰해 여대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바바리맨은 교내에서 자위행위를 즐기는 등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문제는 바바리맨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어렵고, 학교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을 경우 이들의 행방을 역추적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바바리맨과 마주친 대부분의 여성들이 순간 당황해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 이 피해 여성을 찾기도 어렵고, 설령 찾아낸다고 해도 인상착의 등에 대한 증언을 얻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바바리맨의 ‘성도착(性倒錯)’ 행위는 피해 여성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남기는 만큼 처벌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성도착 범죄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김모 전 제주지검장이 길거리 음란행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프로야구 선수 김모씨의 음란행위 사건이 터지는 등 곳곳에서 성도착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상 처벌수위 낮아 바바리맨 더 활개친다

사회적 지위나 직업·연령 등과 관계없이 공공장소에서 '바지 내리는 남자'가 활개를 치는 것은 현행법의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도착 범죄는 사회지도층이나 유명인은 물론 일반 대학생부터 노인까지 사회적 지위나 연령과 관계 없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21일 경찰청 통계를 보면 음란행위의 형법상 죄명인 '공연음란' 사건으로 입건된 건수는 △2013년 1471건 △2014년 1842건 △지난해 211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공연음란 행위는 올해 들어서도 6월 말까지 하루 5.2건 꼴인 94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정신적 고통 > 바바리맨 음란행위 처벌 수위

공공장소에서의 공연음란 행위가 이처럼 끊이지 않는 것은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다시 말해 음란행위에 따른 처벌 수위가 피해자에게 주는 정신적 고통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공연음란 행위로 검거된 이들은 △2013년 1202명 △2014년 1470명 △지난해 1700명(잠정) △올해 6월 기준 736명(잠정) 수준이다. 그러나 구속자는 △2013년 15명 △2014년 16명 지난해 27명 △올해 13명에 그치고 있다.

현행법상 음란행위에 적용되는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돼 있다. 공연음란죄는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범죄임에도 피해자가 물리적 피해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의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친다. 특히 초범의 경우 훈방이나 벌금 5만원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초범은 훈방이나 벌금 5만원에 끝나는 경우도 많아

피해자에게 직접적 물리력을 행사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을 때 적용되는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지만, 공연음란죄 처벌 수위는 이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지적된다.

성도착증의 일종인 노출증은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 성적 행동과 공상·충동이 반복되는 병이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어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사회적·직업적 기능 영역에 장해를 초래할 때 노출증으로 진단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노출증 환자들이 노출을 통해 희열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에 반복적 노출을 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처벌보다는 상담·치료·교육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공장소에서 '바지 내리는 남자'의 노출 범죄를 줄이려면 처벌에 치중하기보다는 적극적 상담과 치료·교육이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노출 범죄는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뒤틀린 성적 욕구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벌어지는 문제라 무턱대고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성도착증 증세를 자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취업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우려해 본인이 증세를 자각해 치료를 받으려다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이들이 방치돼 결국 중독 단계를 지나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정신이상자 취급? '왜곡된 성의식' 바로잡는 게 우선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노출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정상적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들을 치료가 필요한 정신이상자로 취급하기 보다는 본인의 행위와 성의식에 대해 돌아보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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