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페이스북에 포스트를 올리며 감정을 함께 표시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SNS 막장 사례’라고 생각했다. 애초 ‘연결’과 ‘공유’를 앞세워 출발한 SNS가 ‘자랑질’과 ‘관음증’으로 변질되더니 급기야 빅데이터라는 ‘허울’로 ‘빅브러더’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선 ‘평화롭다’, 내전 중인 예멘엔 ‘걱정스럽다’가, 필리핀엔 ‘화가 난다’라는 감정이 다수였다는 결과를 보면서 이 앱이 어느 정도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자살방지재단 ‘스퍼 프로젝트’는 시간·장소·상황에 따른 감정의 트렌드를 파악하게 되면 연간 80만명에 달하는 자살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이 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SNS에서의 자랑질은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일상에 대한 위안으로, 관음증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각성으로 내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감정 표시 앱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디지털 도구 역시 그 효용가치는 사용자가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송민섭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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