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지난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파란 기와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 속 그는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전후 사정을 모른다면 왜 이 트윗이 2만회 이상 공유됐는지, 묘한 통쾌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감이 안 올 듯싶다.
사실 그의 별명은 ‘폐업의 아이콘’, ‘파괴왕’이다. 주 작가가 갔던 대학 학과, 직장, 군대… 심지어 아르바이트했던 기업까지 전부 없어졌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청와대를 다녀왔다니… 엄지를 치켜든 ‘인증샷’은 보는 사람에게 마치 ‘테러범’의 기념사진처럼 다가올 법하다.
‘최순실 게이트’로 들썩이는 건 오프라인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손 안에 스마트폰이 있고, 해학이 버무려진 신랄한 비판을 자유롭게 쏟아낸다. ‘피식’하며 웃는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공감이라는 정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곧 공유로 이어진다. 공유는 메시지의 파급력을 높이는 힘이다. 결국 재미가 메시지의 무게를 더하는 것이다. 이게 SNS 패러디의 등식이다.
이제 피켓이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강경한 어조로 고(告)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시민운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해시태그’는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구호이고 광장이 된다.
‘최순실 게이트’를 검색하면 ‘#나와라_최순실’이 뜬다. 본지의 인터뷰로 최순실이 세상에 나왔다. 이제 우리는 어떤 ‘해시태그’로 타는 목마름을 풀어낼 수 있을까. 새벽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진희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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