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2006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전북 순창에서 데려온 A66씨에게 전남 곡성과 장성의 자신의 농장 2곳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다. 또 오씨는 지난해 A씨가 소득과 재산이 적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수령 대상자가 되자 A씨 통장을 관리하며 연금 210여만원을 가로채고 암 치료비 명목으로 A씨 명의의 논을 판 돈 35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오씨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곡성에서, 2012년부터는 주로 장성의 농장에서 A씨에게 축사 관리와 농작물 재배 등을 시켰다. A씨는 벽지에 곰팡이가 가득 슨 장성 농장의 낡은 숙소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하나를 두고 라면 등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끼니를 때우며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0년 전 형수와 함께 전북 순창에서 살다가 형수의 지인이 오씨를 소개하면서 일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5월 순찰 도중 홀로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하던 A씨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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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서 식사 해결 전직 도의원 오모씨로부터 10년간 노예 취급을 받은 60대가 낮에 들일을 하다 밥을 지어 먹었던 장소로 알려진 창고의 내부 모습. 장성=연합뉴스 |
지역 조합장 출신이자 1990년대 초 도의원을 지낸 오씨는 경찰조사에서 “A씨에게 쌀과 찬거리, 소주를 사다주며 숙식을 제공했다. 명절 때는 50만원씩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기준 1억원 이상을 미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A씨에게 100만원을 건네고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씨가 장성에서 5년여간 지냈지만 외진 농장에 주로 있어 주변과 접촉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보호전문기관과 협의해 A씨를 순창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했으며, 27년 전 이혼으로 헤어진 아들 2명을 찾아 연결해줬다”고 말했다.
장성=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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