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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의혹 와중에… 한·일 군사정보협정 '밀실협상'

입력 : 2016-10-27 18:58:56 수정 : 2016-10-28 11: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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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년 만에 논의 재개 / 일본, 정찰위성·이지스함 보유 / 북한 정보 수집자산 활용 기대 / 북 핵·미사일 대응 내세웠지만 과거사·독도 등 국민반감 여전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2012년 비밀리에 국무회의에 상정했다가 세계일보 보도로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논의가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이번에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으로 정국이 혼돈에 빠진 틈을 노린 형국이다. 진화타겁(軫火打劫)이란 고사성어를 연상케 한다. ‘남의 집 불난 틈을 타서 물건을 훔치 듯 그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라’는 뜻이다.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하고 노동·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잇따라 발사해 핵무기 투발능력 고도화에 총력전을 펴는 북한에 맞서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국방부 주장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북한 SLBM은 탑재 잠수함에 대한 정보도 필요한데 기존의 약정으로는 정보공유가 어려웠다”며 “GSOMIA를 체결하면 북한 내부 사정과 핵개발 동향 정보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GSOMIA를 통해 일본의 정보수집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정찰위성과 EP-3 신호정보수집기, 이지스함, 지상 레이더·감청시설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운용 중이다. 일본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북한 미사일 타격·방어를 담당할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일본은 우리 군이 운용 중인 금강·백두 정찰기와 그린파인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정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을 훨씬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GSOMIA 논의 재개 발표 시점이 이러한 모든 명분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 선정에서부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까지 주요 국방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도 국방부의 이런 행보는 반복됐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다 지역주민 반발로 성산포대에서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으로 배치 지역을 변경했던 사드는 사안의 민감성과 폭발력을 간과한 채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단순 1개 포대의 설치”라고 안이하게 판단하다 후폭풍을 맞았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SCM에선 미 측과의 사전 교감없이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를 언급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군 소식통은 “GSOMIA 논의 재개 발표는 대통령의 개헌 발표와 마찬가지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한 ‘일방 소통’”이라며 “차제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GSOMIA 추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도 미지수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와 관련해 도발을 지속하는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지만, 중국이 GSOMIA를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내지는 미사일방어망(MD) 구축의 하나로 간주할 경우 한·중의 외교적 마찰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GSOMIA 체결 이후에도 문제는 불거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20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 당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 발언을 놓고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인 것처럼 양국 국방당국의 상호 신뢰가 부족하다면 군사정보 공유는 허울좋은 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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