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이 지난 2007년 최순실씨 아버지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라는 의심을 받아온 고(故) 최태민씨에 대해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고 본국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칭 수도사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1872∼1916)은 러시아 황태자의 병을 고쳐주겠다며 니콜라이 2세의 황후 알렉산드라에 접근, 러시아 황실을 좌지우지해 제정 러시아 몰락을 재촉한 인물로 '요승' '괴승'으로 불린다.
28일 관계자에 따르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수록된 2007년 7월 20일자 문서에 윌리엄 스탠턴 당시 주한 미 부대사가 한국 대선을 앞둔 각당 후보들의 상황과 판세, 대선이슈 등을 본국에 보고한 내용이 있다.
미대사관은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박 후보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스탠턴 전 부대사는 "경쟁자들이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부르는 최태민이라는 목사(pastor)와의 35년전 관계와 그가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 후보가 퍼스트레이디로 있던 시절 박 후보를 어떻게 지배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태민이 인격 형성기에 박 후보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고, 최태민의 자제들이 그 결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직 미국 외교관 그레고리 헨더슨의 저서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를 인용해 '한국 대선 : 여전한 소용돌이 정치'라고 제목 붙인 이 문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미 대사가 기밀로 분류, 미 국무부 등에 전송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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