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5선 정병국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상황이) 최악이고 어려우니까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한 번 치유해 보자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아니라 비비대위라도 꾸려 이 국면을 극복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친박 지도부를 압박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안타깝지만 이 대표는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당과 국가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홍일표, 황영철, 권성동 등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당장 통일된 방침을 정하진 않았지만,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추후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발언권이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친박 일색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한 채 비공개로 회동했고, 이날은 아예 당무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제외한 외부활동을 자제했다.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향해서만 인사교체를 요구한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날 조건부로 지도부 총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박 일색인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가동되면,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당 쇄신작업을 단행하는 차원에서 비박계 인사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비박계 잠룡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가 꾸려진다고 해도 마땅한 외부인사를 찾기 어렵다”며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당명을 바꿔 위기를 돌파한 것처럼 대권주자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장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의 경우 ‘당권·대권 분리’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당헌을 개정한 바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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