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당내에서도 국민과 보다 적극적으로 호흡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국민의 요구를 우리가 어떻게 받들어야 할지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31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그동안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과 ‘하야’ 발언을 자제할 것을 주문해 왔다. 대통령이 물러날 경우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데다 자칫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촛불집회에도 당 차원이 아닌 개별 의원의 참여만 열어뒀다. 촛불집회에는 121명 의원 중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촛불집회 후 당내 기류가 변하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국민 수만 명이 모였는데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귀국한 최순실씨를 즉각 조사하지 않는 등 검찰 수사가 꼬리자르기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응 수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장외투쟁에 당이 합류할 경우 여야의 정치적 채널은 모두 단절되고 극한의 대치정국으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거듭 촉구하며 “이 충고마저 거절하면 국민과 함께 결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 대외협력위원장인 정재호 의원은 장외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9일 광화문 촛불시위 소감을 올리며 “이젠 당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야권 대표당인 우리당이 성난 민심을 잘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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