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한 이후 사과는 물론 정국반전용 인적쇄신에 매우 인색했다. 그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감안하면 매우 신속한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사과와 비서진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이 진정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연설문 등 일부 문건이라는 박 대통령 해명과는 달리 민감한 외교·안보 문건도 최씨가 사전에 받은 정황이 드러나고,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다는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현 상태에서 박 대통령의 추가 사과와 해명은 불가피하다.
이우승 정치부 차장 |
역대 대통령별로 과거 사례를 꼼꼼하게 찾아봤다. 이내 최씨 파문을 과거 사례와 같이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 친인척·측근 비리는 대통령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호가호위형’ 비리다.
그러나 이번 최씨 파문은 그렇지 않다. 박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만큼 역대 대통령들의 사과와 같은 무게로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적 분노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도 이 때문이고,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가 무너지고 깊은 배신감과 상처만을 남긴 것도 박 대통령이 직접 관련됐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전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전례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태 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인인 최씨에게 국가기밀 사항이 담긴 자료가 가감없이 전달됐는데도 청와대가 “전례가 없다”며 압수수색을 위한 검찰 수사관의 사무실 진입을 막은 것은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따지지 말고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밝히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고개 숙인 깊은 사과와 함께 최씨와의 인연을 솔직하게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수반되어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은 스스로 맺은 사람이 푸는 것이 정도다.
이우승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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