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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가 검찰 수사관들에 둘러싸여 내렸다. 벙거지 모자와 둘둘 만 스카프 차림이었다. 온통 검은색이었다. 현장의 소음에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취재진은 최씨에게 녹음기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북새통 속에 취재진의 포토라인은 바로 무너졌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의 육성을 처음으로 담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모자도… 신발도… 벗겨진 ‘실세’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3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순실씨가 안경과 모자가 벗겨진 채 검찰 직원에게 이끌리다시피 하며 취재진을 피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박근혜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돼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3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울먹이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최씨가 흐느끼며 말했다. 손으로 입을 가렸다. 검찰 수사관들은 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이며 최씨를 데리고 황급히 들어갔다. “최순실 구속, 박근혜 하야”란 시위대 구호가 뒤를 쫓았다. 취재진도 최씨를 따라 들어갔다.
최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다시 짤막하게 말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청사 1층의 일반인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2014년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당시 박지만(58) EG회장도 최씨처럼 일반인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61)씨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박 회장과 정씨의 소환일정은 공개됐다. 최씨 역시 소환일정이 공개됐으나 검찰은 최씨가 귀국한 뒤 하루 동안 시간을 줬다. 검찰 의전서열로 따지면 최씨는 정씨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 회장보다도 급이 높았던 것이다.
최씨가 조사실로 올라가자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장)은 기자단에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노 검사장은 “일부 시위대의 기습적이고 무질서한 행동에 의해 포토라인이 무너진 것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위대에 포토라인이 무너지고 검찰 역시 유감을 표명하는 건 최근 몇 년간 없었던 일이다.
80만원대 명품신발 최순실씨가 3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시위대를 피하다 벗겨진 최씨의 프라다 신발 한 짝이 검찰청사 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취재현장에는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AP, 프랑스 AFP, 일본 NHK·TBS·후지TV 등 외신도 총출동했다. 한 국내방송사는 촬영을 위해 헬기와 드론을 띄웠다고도 한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67) 변호사는 출석 직후 “최씨가 최근 공황장애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고 출석 과정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는 출석 전까지 서울시내 호텔에서 머물렀다”며 “딸 정유라는 당분간 입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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