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야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안을 대통령께 건의드렸다”면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꼼수다’는 야당의 즉각적 반응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하야·탄핵 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국기문란 방조 책임이 큰 여당의 원내대표가 삿대질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주객전도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최순실 파문으로 동력을 상실한 박근혜정부의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주도권은 야당에게 있고 새누리당은 협조를 구해야 할 ‘을’의 처지다. 야당 태도가 못마땅해도 거국중립내각 구성 제의가 ‘국면전환용’이라는 야당의 의구심을 풀어주고 총체적 위기에 빠진 국정을 바로잡을 지혜를 모았어야 한다.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야당 의견을 듣고 수용하려는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게 여당이 할 일이다.
그럼에도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곱씹을 대목이 있다. 야당 말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야당의 진의가 뭔지도 헷갈린다.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등은 거국중립내각을 제의해놓고 말을 바꿨다. “짝퉁 거국내각으로 위기를 모면할 심산” “면피용, 국면가리기용 거국내각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민주당 일부 초·재선 의원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대통령 권한을 정지·위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국 정상화를 당리당략의 주도권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된다. 야당 주장대로 여당 제안이 국면을 모면하고 전환하려는 잔꾀에 지나지 않더라도 일단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난국 타개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정농단 의혹은 야당에 물실호기일 것이다. 하지만 먼저 살필 것이 있다. 불안한 민심과 민생이다. 야당 지도부가 무조건 ‘국면전환용’이란 말폭탄이나 던지며 어깃장만 놓으면 국민은 결국 이 희대의 혼란을 내년 선거철까지 끌고 가자는 것인지, 야당에 묻게 된다. 여야가 정국 수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