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의 사과와 눈물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최씨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는 “그런 부분은 현재 자기가 느끼는 감정·감성을 전체적으로 한 표현이지, 법적인 판단의 표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적 표현일 뿐 법적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씨의 잘잘못은 수사에서 가려질 것이다.
최씨는 자신으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상실감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최씨가 흘린 눈물을 보고 “국민들은 몇 날을 새우며 피눈물을 흘렸다”는 비난도 나왔다. “죽을 죄를 지었다”는 심경과 눈물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최씨가 할 일은 자명하다. 수사에 적극 협조해 모든 진실을 숨김없이 밝히면 된다. 말 맞추기와 증거인멸로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제 국민의 눈은 검찰 수사에 쏠리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이 옷을 벗었고 외국에 머물던 최씨는 제발로 검찰에 나왔다. ‘현직’ 수사의 부담을 덜었고 ‘관련자 도피’와 같은 장애도 사라졌다.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씨 혐의만 해도 횡령·배임, 탈세,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10여개에 달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과 모금 및 사유화,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농단,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이 핵심이다. 두 재단 의혹과 관련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을 규명하는 것이 포인트다. 박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200여건의 청와대 문서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도 관건이다. 태블릿PC 사용자로 지목된 최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내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검찰의 어깨가 무겁다. 이번 수사가 검찰에겐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살아 있는 권력 눈치나 보며 좌고우면한다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벗을 수 없다. 대통령 수사도 마다하지 않는 결연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국민만 보면 된다. 수사 결과에 따른 공과는 모두 검찰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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