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찰은 출석한 대기업 관계자에게 “재단 기금이 사실상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것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강제모금설을 강력히 부인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말을 바꿨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재계는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씨 수사의 ‘불똥’이 대기업들로 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1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달 30일 롯데그룹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31일에는 SK그룹 박모 전무 등 대기업 관련자들을 소환했다. 두 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냈거나 출연 제안을 받은 곳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부회장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자료사진 |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미르재단에 28억원, 롯데면세점을 통해 K스포츠재단에 17억원 등 총 45억원을 출연했다. 이후에도 K스포츠재단 측이 직접 추가 출연을 요청해 5월 초 그룹 차원에서 70억원을 더 지원했다가 며칠 만에 돌려받았다. 해당 시점은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서기 직전이었다.
이날 동아일보는 전경련 이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은 안 전 수석이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재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전경련 제안에 자발적으로 협력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참여 대기업들은 한꺼번에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자칫 대기업 모두가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배경과 동기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는 게 불가피해질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재단 설립에 자발적으로 응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권력과의 유착 의혹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현 정부 아래에서 재단 출연금 갹출의 강제성을 실토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전경련은 물론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들도 이날 한결같이 ‘노 코멘트’란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익명을 전제로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금권유착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이 부회장이 말한 그런 정황에서 우리도 돈을 안 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경련이 이전부터 성금 등을 주도해왔고 기업들이 따라왔다. 우리도 피해자란 점을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수미·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