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영역 확장도 기술도 광속 발전 번쩍번쩍한 세단, 잘 빠진 오픈카, 기성세대에게 ‘차’는 성공의 척도다. 몇년 만에 오랜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면 먼저 어떤 차를 몰고 왔는지가 궁금하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소유와 과시의 대상이 아니다. 21세기 농촌마을의 경운기처럼 말이다. 그 트렌드가 가장 앞서 진행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다.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샌프란시스코는 1만1139가구 증가했다. 유입된 가구 중 88%가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다. 도시 전체로 볼 때 차를 소유하지 않는 가구 수가 2000년에 28.6%에서 2012년에 31.4%로 증가했다.
요즘 젊은이들, ‘소유’보다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이 트렌드다. 자동차 구입보다 공연관람에 돈을 쓴다. 내 집 마련보다 해외여행에 돈을 쓴다. 기성세대는 이런 젊은 세대의 생활패턴이 한심해 보인다. 젊은 세대는 평생 뼈 빠지게 돈 모아서 은퇴가 다 돼야 집 한 채 달랑 마련하는 기성세대의 생활습관이 미련해 보인다. 자동차가 필요하면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초단기 렌트를 한다. 아니면 우버와 같은 택시업체에서 싼값으로 교통수단을 섭외한다. 자동차는 하루 24시간 중 95%의 시간 동안 정차해 있으니 공유하는 것.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인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
이 둘 간의 역학관계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이고 우버는 택시업체다. 이 두 업체가 별안간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더니 자율주행 택시라는 영역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과거의 시각에서 보자면 자동차 렌트업체인 ‘허츠’가 자동차 제조를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가 자동차 렌트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는 말도 안 됐던 시나리오가 이제는 현실이 됐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비즈니스 주체 간의 관계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말끔히 정리되면서,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만 있으면 그에 필요한 기술을 엮어내는 것은 순식간이 된 것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택시 사업의 시작과 더불어 매우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테슬라 차량은 테슬라를 우버택시 영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약서 조항이 어떻게 되는지,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이런 계약조건은 기존의 시각으로는 해석이 안 된다.
테슬라가 제품 판매를 거부하면서까지 경계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데이터’이다. 데이터를 가지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테슬라는 차량 운행에 관련된 각종 정보가 우버로 넘어가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판매량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데이터만은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쟁력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는 혜안이 소름끼칠 만큼 무섭다.
IT분야에서는 사업영역의 확장속도, 기술의 발전속도 모두 광속이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현기증이 난다.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손익계산을 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치는 전통적인 제조업식 비즈니스 결정방식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시장의 역동성에 의해 기술과 비즈니스가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며 고속으로 질주할 수 있는 환경, 이의 구축이 지금 대한민국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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