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중립내각 취지를 담은 책임총리제를 정국 수습안으로 내놓았지만 야당 반발로 무산될 처지에 놓인데다, 잇따라 쏟아지는 최씨 관련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3일 밤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대국민사과 시기를 더는 늦춰서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헌정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초래한데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고 국민에게 추가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의지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한 국정 위기 속에서 17년 만에 다시 대통령 비서실을 이끌게 돼, 1999년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필한 이후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왼쪽은 2001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김 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모습, 오른쪽은 2013년 7월 박 대통령과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서면조사 또는 방문조사 등의 형식으로 수사에 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기금모금 경위, 최씨와의 관계를 해명하지 않고서는 의혹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강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부와 사정당국이 3일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입장 변화를 보이며 이미 청와대와 조율이 끝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검찰 조사를 받는 쪽에 무게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관계자는 “필요한 순간이 오면 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대통령 탈당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인적쇄신안, 대국민사과, 검찰수사 수용을 통해서도 사태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탈당을 최후의 카드로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현재는 탈당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마지막 카드로 사용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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