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과 ‘수사’ 두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다음으로 유의미한 단어는 ‘국정’과 ‘책임’이었다. 온 국민의 이목이 자신에 대한 수사 여부에 쏠려 있는 것을 박 대통령 스스로 의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대통령이 작금의 '국정마비 사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계일보는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워드 클라우드’ 기법을 활용해 자체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11회), 여러분(8회), 검찰(6회), 수사(6회), 책임(6회), 마음(5회), 국정(4회), 인연(4회), 잘못(4회), 최순실(3회) 염려(3회) 등의 빈도순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이날 담화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한 지난달 25일 첫 번째 담화와는 확연히 달랐다. 불과 열흘 사이 최순실 귀국, 하야 요구, 측근들 줄구속 등 정국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 또한 상당한 정치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담화 발표에서는 1분 40초 동안 국민(5회), 여러분(4회), 의견(3회), 일부(3회), 마음(2회), 선거(2회), 전달(2회), 과거(2회), 최순실(1회), 대선(1회), 도움(1회) 등의 순으로 언급됐다. 최씨와의 인연이 과거형임을 강조하고, 최씨 '국정농단' 의혹을 일축해 일각에서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경질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 조사에서 “재단 설립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싸늘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는 이상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 카드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한 ‘국정’을 많이 언급했는 데 크게 두 가지 맥락이었다. 첫 번째는 '국정=성장동력'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한 국정 과제가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담화 말미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을 안보, 경제와 동일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라며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지난번과 달리 이날 담화문에서 ‘최순실’을 세 번이나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담화를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시작한 박 대통령은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에 이어 담화 중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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