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수습책을 놓고 청와대·여권과 야권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5%까지 떨어진 국정운영 지지율과 거리에서 표출되는 민심이 향후 국정 운영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담화를 본 시민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었다. 박모(32)씨는 “혹시라도 대통령이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고 하야 선언을 하거나 국정에서 손을 놓고 물러나겠다고 할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결국 최순실 개인의 잘못이고, 본인이 힘들었을 때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는 발뺌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대구·경북(TK) 지역 민심도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미에 사는 주부 정모(32·여)씨는 “끝까지 박 대통령을 믿고 싶었는데 계속되는 보도와 담화문까지 보니 정말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대구 출신 직장인 송모(31)씨는 “담화문 대부분이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이었다”며 “끝까지 자신이 잘못했다고 시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은 “수사를 핑계로 구체적 경위 설명을 거부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문제가 많은 사과였다. 국가를 위해 선의로 한 일이라는 등 형식적 사과와 거짓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5일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국민의 무섭고 위대한 힘을 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위 인권법률팀장을 지냈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정권에 채찍을 휘두르느냐, 한번 더 기회를 주느냐는 이제 국민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주 촛불집회에서 민심이 어떻게 분출되느냐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영·이복진·김범수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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