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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씨를 구속한 검찰은 4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전날 체포해 조사했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최씨의 문화·체육계 인맥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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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선 실세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세를 누리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쇠고랑을 찬 최순실씨(왼쪽)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가운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거나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체부는 자체 점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부처 내에 차씨 인맥이 누가 있는지, 차씨 사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이 얼마인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씨는 조만간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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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씨의 비호 아래 현 정부 문화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이가 송성각(58)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다. 차씨는 한때 송 전 원장을 문체부 장관 후보로 점찍었는데 나중에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으로 한 단계 내린 것이란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보은을 의식해선지 송 전 원장은 차씨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업체에 이익을 안기고자 직접 ‘총대’를 멨다. 지난해 6월11일 중소 광고업체 대표에게 “당신이 인수한 포레카 지분 80%를 (차씨 측 회사에) 넘기지 않으면 당신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릴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다.
차씨가 현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였다면 김종(55) 전 문체부 2차관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렸다. 2013년 최씨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20)씨를 둘러싼 승마협회 감사 파문의 와중에 한양대 교수에서 체육을 관장하는 문체부 2차관으로 옮긴 그는 취임과 동시에 ‘장관보다 센 차관’, ‘청와대와 직거래하는 차관’ 등 구설에 휩싸였다.
김 전 차관은 부임하자마자 문체부는 물론 산하 체육단체 조직을 완전히 장악했고 모든 체육 관련 정책을 최씨 측에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최씨 조카인 장유진(37·여·개명 후 장시호)씨가 사무총장으로 행세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무려 6억7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장씨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김 전 차관과 편하게 통화를 나누는 사실이 주변 사람들 눈에 띄며 ‘감춰진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승마선수 출신인 그는 최씨 딸 정씨를 승마의 길로 이끈 장본인이다. 제주도에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로도 알려진 장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며칠 동안 수십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인출하고 제주 부동산을 팔아 해외로 도피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한편 최씨 구속 이후 ‘최씨가 가짜’라는 소문이 누리꾼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하자 검찰이 나서 진위를 조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검찰은 “항간에 떠도는 ‘최순실 대역설’과 관련해 지문 대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구속돼 조사 중인 피의자는 최씨 본인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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