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는 당 소속 의원 129명 가운데 110여명이 참석했다. 당의 명운이 걸린 심각한 위기상황을 감안한 듯 그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친박(친박근혜)계 최경환 의원 등 계파 수장들도 자리를 지켰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불참했다.
대통령에 이어 고개 숙인 새누리 이정현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와 정진석 원내대표( 〃 네번째)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4일 오후 의원총회에 앞서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고개를 숙여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자유토론에서는 두 계파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 별개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사태 수습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지도부 공백 상태가 벌어지면 정기국회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까지 타격을 입는다고 반박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에서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는 정당이 될 때 새누리당이 거듭 태어날 수 있다”며 “준비된 각본대로 친박이 또 당 지도부와 박 대통령, 최순실 일가를 비호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일한 비박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은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오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학재, 윤상직 의원도 지도부 사퇴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박계 박대출 의원은 “세월호 선장이 될지 타이타닉 음악대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며 “이순신 장군 말처럼 살자고 하면 죽는다. 함께 손을 잡고 죽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격론이 이어지자 정 원내대표는 “예산안이 통과되고 새 내각이 자리를 잡으면 사퇴하겠다”고 중재안을 내놨다. 이날 총 43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섰는데, 지도부 즉각 사퇴론과 사퇴 반대 또는 조건부 사퇴유예론을 펼친 의원 수가 21대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모든 의원들이 발언을 마치자 이 대표는 “의원들의 충정을 이해하고 지적해주신 말씀에 공감하지만 이해해주시라”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비박계는 이 대표 사퇴 투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계파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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