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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중고생이 목소리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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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5 17:50:37 수정 : 2016-11-05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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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출할 때 어떤 벽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민적인 시국선언과 집회·시위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교복 입은 중고등학생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5일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과 대규모 집회가 진행된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50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대통령 퇴진 및 교육제도 개선 등을 외쳤다.

도심에서 중고생이 대규모로 집회를 개최한 것은 세월호 참사 뒤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집회를 주최한 중고생연대는 “중고생이 뭉쳐 ‘헬조선’을 끝장내자”며 “무능한 정권을 몰아내고, 우리를 괴롭혀온 교육체제를 갈아 엎자”고 밝혔다.

중고생연대는 학생들이 인권 향상을 위해 2014년 직접 만든 단체다. 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날 행사에 대한 소식을 전파·공유했고, 이를 접한 학생들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때가 슬픔이라면 이번은 분노

“세월호 참사 때는 슬픔이라면 이번에는 분노인 것 같아요.”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윤미(15)양은 최근 교실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양은 “교실마다 분노의 감정이 가득한데 광화문광장에 나와보니 더 들끓는다”며 “대통령이 두 번의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양 소재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호준(16)군은 이날 같은 대규모집회에 처음 참여했다. 이군은 “사실 세월호 참사 때에는 광화문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부모님께서도 ‘한 번 현장에 나가 경험을 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미성년자라는 굴레에 쓰여 있지만 학생들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국가적 위기를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 옆에 작은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

학생 신분인 만큼 교육정책 및 현장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A양은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에 휘둘리면서도 학교 담장에 갇혀 지내는 학생의 목소리가 정치권, 사회권에 전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양은 “우리 옆에 아직도 작은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라며 “오늘 시위 참석에 만족하지 말고 학교가 잘 돌아가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발언을 마친 학생들은 ‘중고생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구호를 외쳤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지만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에 막혀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고맙다 얘들아, 아직 희망이 있구나”

학생들의 외침을 목격한 부모세대들은 착잡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김모(48)씨는 “고맙고 희망이 보인다”면서도 “다치지 않아야 할 텐데…”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이영희(65·여)씨는 “학생들이 아이돌이나 노래프로그램 같은 것만 연연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하는 얘기 틀린 게 하나 없다”며 학생들을 대견해 했다. 그는 “어린 손자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들의 교육을 어떻게 맡길지가 걱정된다”며 “학생은 학생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 해야 하는데 웬 한 여자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 박모(43)씨는 “아이들이 이번 사태 때문에 사회나 어른에 대한 불신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편법으로 쉽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물들지 않고 공부 잘 해서 건강히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화면세점 앞, 광화문 KT 본사 건물 앞에서도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청소년 집회가 열렸다. 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학생 100여명은 ‘박근혜·최순실 공저’라고 쓰인 국정교과서 가상 표지에 낙서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는 청소년단체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회원들이 모여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정권이 책임져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글·사진=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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