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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세대 초월한 '분노의 촛불'… 성난 시민들 거리 메웠다

입력 : 2016-11-06 18:54:25 수정 : 2016-11-07 07: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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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촛불 왜 커졌나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담화 직후 주말인 5일 전국에서 열린 2차 대규모 총궐기에는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각계각층의 시민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날 밤 전국 기준으로는 30만명이 촛불을 든 것으로 추산된다. 전날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담화가 사태 수습은커녕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퇴진하라”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운집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6일 서울시청 인근 청계광장 입구에 임시로 설치된 벽에는 대통령의 사과 및 퇴진을 요구하는 메모지가 빼곡했다. 메모지마다 ‘대통령 하야’ 외에도 ‘잘 훈련된 앵무새가 아닌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 ‘나라를 위해 군대 가 있는 둘째 아들 앞에 부끄럼 없는 나라를 위해…’, ‘이 나라가 살길을 찾기 위해 국민 모두 힘을 모읍시다’ 등 시민들이 저마다 남긴 글이 바람에 나부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관계자는 “지난 1일 설치한 것인데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뒤 양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 감정은 박 대통령의 대응이 나올수록 악화하고 있다. 주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번지는 모습이다.

백남기씨 영결식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일 오후 열린 백남기 농민 민주사회장 영결식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 두번째)와 안희정 충남지사(〃 세번째) 등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지난 9월25일 숨졌다.
남정탁 기자
전날 시위 참가자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회 및 행진 장면을 생중계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상황을 접한 네티즌들은 공감과 응원으로 화답했다. 회사원 장모(31)씨는 “뉴스를 통해서만 상황을 접하다가 현장에 와보니 대통령 지지율은 5%란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특정 영역이 아닌 문화·체육·국방·외교 등 국정 전반과 연루된 것이 낱낱이 드러나며 사회 각층에서 공분을 키웠다. 특히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관련된 대입·학사 비리 의혹은 중·고교생과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다포세대’로 자조하는 1020세대의 분노를 폭발시켰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대학가에서 촉발된 시국선언 릴레이는 중·고생들이 이어받았고 부모와 함께 나온 초등학생들까지 광화문광장의 함성에 힘을 보탰다.

시국선언에 나선 중·고생 500여명은 “입시경쟁이 나날이 가혹해지고 기득권에 길들여지기 위한 의미없는 입시교육을 받고 있다”며 “3·1운동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매번 역사의 주역이었던 중·고생들이 다시 한 번 무거운 짐을 질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20여개 중·고교에서 몰려든 학생들은 이날 시위가 끝난 뒤 ‘다음 주말 집회에도 참가하고 싶다’며 차비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백남기씨의 영결식과 겹치면서 주최 측 기준으로도 당초 예상 5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20만명(경찰 추산 4만5000명)이 운집했다. 조직된 동원이 아닌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주력이 된 만큼 주최 측이나 경찰 측도 참가 인원 예상에 애를 먹었던 대목이다.

결국 대통령의 책임있는 결단이나 검찰의 추상 같은 진상 규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12일 3차 총궐기의 촛불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대통령이 두 차례나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나 국민 분노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20만명이 한데 모였다는 건 이번 집회가 특정 단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국민 모두가 참여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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