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에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대량으로 넘긴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6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에서 타고 온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하상윤 기자 |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수시로 최씨와 접촉해 청와대 내부 문건을 건넸고, 최씨는 이를 받아 수정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도 기밀 유출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정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한 뒤 박 대통령 지시가 있었는지, 다른 청와대 인사도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후 최씨에게 박 대통령 연설문 초안 등 외교·안보·경제 관련 대외비 문서를 다수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문서 유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은 최씨가 보관·사용한 것으로 결론 난 태블릿 PC가 발견되면서 포착됐다.
특히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게서 압수한 휴대전화 2개에 그가 최씨와 통화할 때마다 녹음한 파일이 그대로 저장돼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다량의 녹취 파일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주요 정책 문서 수정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물증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또 최씨의 육성 파일이 확인되면서 정 전 비서관이 의견 전달 창구 역할까지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당국과 북한의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등이 포함됐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결론난 태블릿PC에 저장된 200여건의 청와대 문서 파일 중 일부 파일의 최종 작성자 아이디 ‘narelo’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부터 사용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이, 안 전 비서관과 더불어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때부터 20년 가까이 보좌했다.
이들 3인방은 2014년 ‘십상시’로 불리는 박 대통령 참모 출신들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윤회 문건’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최씨 전 남편 정윤회씨와 함께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 관련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이, 안 전 비서관도 기밀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져 세 사람 모두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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