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당초 이달 초쯤 신임 주유엔 대사로 부임할 예정이던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최씨 파문 탓에 외교부 제2차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부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조 차관은 최근 외교부 실국장회의에서 고별인사까지 했으나 후임 인선이 지연돼 부임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냥 부임해 오준 대사와 임무를 교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다자·경제외교 등을 담당하는 2차관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어 후임이 뽑혀야 부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유엔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10개국을 포함해 남북을 제외한 191개 회원국을 상대로 대유엔 외교전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자리다. 특히 지난 9월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이날 현재 59일이 지났지만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입장 차이로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지 않고 있는 중대한 시점이다.
조 차관은 지난 9월 주유엔 대사에 내정됐고, 지난달 7일 대사 임명이 발표됐다. 주유엔 대사는 주재국 동의(아그레망)가 필요한 다른 대사직과는 달리 주유엔 한국대표부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신임대사 임명 통지서를 제출한 뒤 부임하면 된다.
최씨 파문으로 내년 2월로 예정된 공관장 정기인사가 지연돼 전반적인 외교 수행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역대 다른 정권에 비해 공관장을 비롯한 외교부 간부 인사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내부 파열음도 작지 않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정부 안팎에서 정호성(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외교부 인사 관련 서류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본인이 싸들고 나가 집에서 검토해서 인사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파문이 사실이라면 최씨에게 보고하느라 인사가 늦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한때 외무고시를 준비해 외교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된 상황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씨 문제에 올인하면 인사검증 및 의사결정에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이 불투명해지면서 다자무대에서의 정상외교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리 대통령은 1993년 제1차 때부터 미·중·러·일 등 주요국이 참가하는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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