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奸臣). “사악한 생각이 가득한데 교묘한 말과 온화한 낯빛으로 환심을 사고, 어진 사람을 질투한다.” 참신(讒臣). “교묘하게 잘못을 가리고 궤변을 일삼으며, 골육지친을 이간하고 반란을 조장한다.” 적신(賊臣). “대권을 전횡하며, 패거리를 지어 자기 집만 부유하게 하고 성지를 위조해 스스로 존귀해진다.” 멸국지신(滅國之臣). “교묘한 말로 군주를 속여 불의에 빠지게 하고, 당파를 결성해 군주의 눈을 흑백조차 가리지 못하도록 해 군주의 악명이 온 나라와 이웃나라에 퍼지게 한다.” 구신(具臣)과 유신(諛臣)도 있지만 이들보다는 낫다. 쓰지 말아야 할 ‘육사’다.
서기 640년, 정관 14년에 위징이 올린 상소의 내용이다. ‘정관정요’ 권3 택관에 나온다. 그의 말을 따른 당 태종, ‘정관의 치’라는 호칭을 얻는다.
최순실씨는 어디에 속할까. 사악한 생각과 교묘한 말로 따지면 간신, 궤변과 골육지친의 이간으로 따지면 참신, 전횡과 자기 집만 부유하게 한 것으로 따지면 적신, 교묘한 말로 군주를 속여 군주의 악명을 퍼지게 한 것으로 따지면 멸국지신에 속하지 않을까.
최씨는 신하도 아니다. 관직에 앉은 적이 없으니. 그런 사람이 국정을 농단하니 ‘육사’로도 논하기 힘든 참담한 일이다. 왜 벌어진 건가. ‘군주의 어두운 눈’이 자리한다.
당에는 ‘치’ 호칭을 붙이는 때가 또 있다. 이세민의 증손자인 현종. 그의 초기 치세를 ‘개원의 치’라고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곧 반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왜? 간신 이임보가 있었다. 학문적 소양이라고는 붓을 겨우 쥘 정도였다고 한다. 사악한 신하의 요소를 두루 갖춘 그의 농단은 하늘을 찔렀다. 그에 휩쓸려 정직한 신하를 모두 제거한 현종. 결국에는 며느리를 빼앗아 자신의 비로 삼으니 곧 양귀비다. 망하지 않을 수 있는가. ‘어두운 눈’은 최씨 파문의 뿌리가 아닐까. 누구를 탓하겠는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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