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그러나 ‘2선 후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여전히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야당은 차기 총리의 내각 통할 의미, 대통령 탈당 등이 불분명하다며 국면전환용, 시간벌기용 아니냐고 반신반의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저와 야당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와 다르고 민심과도 많이 동떨어져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 공을 던지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의 내각 통할’ 입장을 밝힌 마당에 2선 후퇴, 총리에 대한 조각권·국정 일임을 거부할 까닭이 없다. 이 시점에서 별 의미가 없는 새누리당 당적을 고집할 이유도 없다. 야당이 협조할 수 있도록 권한 포기의 진정성을 충분히 보여줘야 하는 건 대통령의 몫이다. 청와대는 여야 영수회담을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회담은 빠를수록 좋다.
야당도 박 대통령을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심은 박 대통령의 ‘항복’을 요구하고 있지만 헌법 정신과 헌정 질서를 고려할 때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국정정상화 방안들이 칼로 두부 자르듯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로 물꼬를 텄으면 야당도 물길을 내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시간만 끌며 국정 표류를 방치해선 안 된다. 국회추천 총리의 권한 범위는 어떻게 되고, 2선 후퇴와 탈당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등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거야가 난국 수습의 역량과 책임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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