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순실 게이트에 성난 민심은 들끓고 있다. 지난 5일 광화문에 모인 20만명의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 의사가 없는 듯하다. 박 대통령의 행보에서는 권력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민과 야당의 거센 저항에 후퇴를 거듭하면서도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 추천 총리를 전격 제안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양보한 만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며 “두 야당은 각 당 대선주자들의 입장 때문에 총리 추천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야당이 국정공백에 따른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성해야 할 박 대통령이 정치적 노림수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싣는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최씨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도 잘못된 판단을 내려 화를 자초했다. 같은 해 12월7일 여당 지도부 회동에서 “이들이 무슨 권력자냐, 그들은 일개 심부름꾼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고리 3인방은 최씨의 국정농단에 연루돼 검찰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로 구속됐다.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한 감찰 내용을 유출한 것에 대해서도 “국기를 흔드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월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체육계 비리에 대해 “체육계 인사에 전혀 관계도 없는 사람이 관여가 됐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냐. 정말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
국가권력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견제하지 못한 탓에 국민은 무력감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실체적 진실을 털어놓고 한 줌의 권력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국민에 의해 모든 권력을 내려놓으며 비참한 말로를 맞을 것이다.
남상훈 정치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