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박 대통령… 정국 해법 찾기 고심

청 참모들과 대면보고·토론 / 자승 스님 만나 수습책 청취 / ‘총리 추천’ 정치권 설득 총력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해법 찾기에 고심을 거듭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제안한 국회의 총리추천 방안을 야 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이 이날 공개 거부하며 영수회담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특히 야권이 12일 예정된 ‘민중총궐기’ 대회 참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현재의 엄중한 위기에 대해 많은 조언과 지혜를 구하고, 국정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 정국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말로 내려놓고 여야, 특히 야당과 문제를 풀어나가고, 그분들 의견을 들어서 협치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며칠 새 최순실 파문 해법 마련을 위해 청와대 참모 대면보고를 늘리고 토론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을 만나 국정 현안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불교계 원로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국정현안에 대해 의견을 경청했다. 자승 스님은 이 자리에서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화엄경의 ‘수목등도화 사재능결과, 강수유도사 강재능입해’(樹木等到花 謝才能結果, 江水流到舍 江才能入海·나무는 꽃을 떨구어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구절을 인용해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로 삼아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러나 야당이 총리 권한 보장 약속, 2선 퇴진 공식화, 탈당 등을 요구하며 계속 영수회담을 거부할 경우,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어 박 대통령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총리를 추천해 줄 것을 요청하며 정치권 설득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의 내각 통할권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내각 구성권을 인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배성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총리에 강력한 힘을 드리고 능력 있고 좋은 분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빨리 임명하겠다는 뜻이다. 국회에서 총리를 빨리 추천해 주셔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간절한 호소”라고 밝혔다.

이우승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