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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그인] 빼빼로데이마저 삼킨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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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0 20:23:41 수정 : 2016-11-10 2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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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11월 11일이 되면 친구들끼리 미묘한 경쟁을 벌였다. ‘옆 반에 누구는 빼빼로를 O개 받았다더라’라는 말에 ‘나는 △개 받았는데? 내가 더 많네’ 등의 유치한 대답을 하면서 말이다.

오늘(11일)은 빼빼로데이다. 다음 주면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17일)도 치러진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SNS 피드에는 빼빼로데이와 수능 관련 기사와 이벤트들로 넘쳐났다. 정체불명의 빼빼로데이에 대한 반감으로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가래떡 챙겨 먹자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떤 것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최근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빠지게 하였기 때문이리라. 우울증에 빠진 국민들에게 ‘OO데이’를 챙길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대신 분노와 조롱이 담긴 메시지만 넘쳐난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대국민 담화문을 패러디한 “내가 이러려고 OOO 됐나”가 SNS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최순실 게이트’에서 유래한 문구들이 회자되고 있다. 게다가 9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우주의 기운’ 덕분”이라는 패러디가 바로 등장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빼빼로나 가래떡을 챙기고, 수능 보는 수험생을 응원해 줄 수 있는 법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열심히 살면 뭐하나’라는 분노를 넘은 자조가 만든 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 ‘상실의 시대’를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국정농단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단죄가 이뤄져야 하겠다.

김지연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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