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퍼펙트 스톰’ 앞에 벌거벗은 채 놓일 가능성이 크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미국의 고립주의가 전염병처럼 확산되면 수출과 관련 산업에서 전방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미 수출만 놓고 보더라도 자동차, 철강 등 주력산업은 시퍼렇게 멍들 판이다.
우리 경제는 가뜩이나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9월 소비는 전월보다 4.5% 줄어 5년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침몰하는 경제 실상을 말해 주는 지표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악재도 수두룩하다. 조선·해운 위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공공노조의 파업이 모두 그런 부류에 속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경제정책은 방향을 잃고 있다. 어제로 44일째 이어지는 철도노조 파업은 ‘손놓은 정부’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었다. “필요 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취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공허하다. 경제 리더십이 무너져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제운용계획 하나 짜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한 후 경제 컨트롤타워는 ‘한 지붕 두 수장’의 어정쩡한 공생을 이어가고 있다. 작동하지 않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두고 목소리만 높인다고 위기대응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강력한 경제 리더십을 다시 구축하는 일이다. 적전 무장해제나 다름없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 여야는 어제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청문회 개시를 두고 입씨름만 벌였다. 그런 식으로는 밀려드는 경제 쓰나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1월에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그에 앞서 컨트롤타워를 서둘러 구축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위기는 피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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