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검찰에 출두한 그는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조사를 받았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의뢰한 지 75일 만에 검찰청사에 나타난 그는 두손을 모으고 기립해 있는 검사를 직원 부리듯 했다. ‘황제소환’이라는 비난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에 개입한 직권 남용과 가족회사 ‘정강’의 돈을 개인적으로 쓴 횡령 혐의는 오간 데 없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여론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 전 수석에 대해 제대로 수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했다가 돌려받는 과정에서 수사정보가 유출되지 않고는 해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이 출연금을 반환하라고 지시했는데, 하필이면 검찰의 압수수색 전날 돈이 반환됐다. 사정기관을 통할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는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없다.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이권 개입과 인사개입에 대한 내사를 벌여 비위 단서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가 이끌던 광고회사의 대기업 및 정부 부처 일감 수주 문제점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여러 대기업에서 구체적 자료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씨가 문체부 산하 고위직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문체부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이 차씨의 비위를 조사하고도 덮어버린 이유를 밝혀야 한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와 주변 인사에 대한 감찰을 소홀히 해 나라가 흔들리는 사태로 번지게 한 직무유기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2014년 말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의혹’ 문건이 폭로됐을 때 청와대 대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그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대해 올바로 대처했더라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관리감독의 총책임자다. 민정수석실이 책임을 다했더라면 국기가 흔들리는 이런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