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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체결 초읽기' 한일 군사정보협정, 왜 서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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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2 14:00:00 수정 : 2016-11-12 10: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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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서로 공유하는 군사정보를 다루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강력한 반발과 국민적 공감대 부족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정국이 급속히 요동치는 가운데 군사작전 치르듯 속전속결로 GSOMIA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 방위성 전경.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GSOMIA가 필수적이다”는 입장이나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GSOMIA 논란이 일 때마다 “국회와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GSOMIA의 필요성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 등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여론 수렴과정 역시 투명하지 않아 국민여론을 소통과 설득의 대상이 아닌 장애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GSOMIA를 조기 체결하기보다는 차기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윤곽을 드러낸 직후 체결 시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국방부 ‘속도전’, 야권과 시민단체 ‘반발’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말 GSOMIA 체결을 위한 3차 실무협의를 열어 양측 간 가서명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GSOMIA 협상을 재개한고 밝힌 지 10여일 만에 일본과 GSOMIA 초안에 합의하고 법제처의 심사를 의뢰하는 등 진행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환태평양합동훈련(림팩)에 참가한 일본 호위함 이세. 미 해군 제공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지난 1일 도쿄, 9일 서울 등 두 차례의 실무협의를 통해 일본 측과 협정 주요 내용에 대해 의견일치를 봤다”며 “현재까지 합의된 문안에 대해 법제처에 사전심사를 의뢰하도록 외교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9일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했다. 국방부는 같은날 서울에서 열린 2차 실무협의 직후 3차 협의 일정을 국방·외교 채널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법제처 심사 의뢰 사실은 이틀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문 대변인은 ‘3차 협의를 앞두고 사전심사를 의뢰해도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법제 업무운영규정에 따르면 서명 이전이라도 심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주요 내용이 일치했기 때문에 법제처의 충분한 심사를 위해 사전심사 의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제처 심사가 끝나면 외교부 주도로 차관회의 상정,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등 국내법상 필요한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제처의 심사와 병행해 국방부는 한일 양국은 14일 도쿄에서 3차 실무협의를 열어 GSOMIA 문안을 완성하고 가서명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서명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이달 말 체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의 ‘GSOMIA 속도전’이 거듭되면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서애 류성용함.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9일 GSOMI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는 일본과의 협정체결이 타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GSOMIA 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도 10일 “정부가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협정 체결을 강행할 경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립유공자단체인 광복회는 11일 “한일간 역사적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체결되는 군사협정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으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GSOMIA, 왜 이렇게 서두르나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GSOMIA가 추진되면서 국방부의 입장은 ‘이해와 설득’에서 ‘궁색해지거나, 뻔뻔해지거나’로 바뀌고 있다.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한 장관에게 “장관은 (협정 체결에 대해) 여건 성숙이 우선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고 야당도 이 시기에 협정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추진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추궁했다. 한 장관은 “여론을 선도하는 분들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고 여건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야권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국방부는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문상균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안보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이라 판단하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추진한다는 입장”이라며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변인은 “국민적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지만 가서명까지 앞둔 상황에서 이런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그 이유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여론의 관심이 최순실 파문에 집중되자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간한 사고는 묻힐 거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반대에도 졸속 협정을 강행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방부가 국정 혼란을 틈타 GSOMIA를 추진하고 있다”며 거국내각 구성 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훈련중인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 미 공군 제공
거국 내각이 구성될 경우 GSOMIA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을 우려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은 체결 전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GSOMIA의 전례를 들어 한일 GSOMIA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은 것은 정부 내 절차뿐이다. 차관 회의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국무회의는 사정이 다르다. 최순실 파문으로 거국 중립 내각 구성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야권 성향 인사가 국무총리에 임명되면 GSOMIA에 부정적인 야권 기류가 반영될 수 있다. 따라서 신임 총리가 취임하기 전에 GSOMIA를 밀어붙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GSOMIA 체결 과정에서 전략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맹국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고립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연내 체결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윤곽을 드러낸 직후에 GSOMIA를 체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한일 안보협력 강화는 트럼프에게도 긍정적인 일”이라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개최 시점에 맞춰 GSOMIA를 체결해 트럼프에게 생색을 내고, ‘미국이 IS와 싸우는 동안 한일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트럼프를 설득하면 방위비분담금 증액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요구를 막을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수집을 위해 설치된 통신 안테나.
일본과의 GSOMIA는 2014년 말 체결된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을 토대로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미국을 중계로 간접적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을 공통으로 인식하는 두 나라가 실질적으로 군사협력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국가안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방부의 ‘속도전’은 GSOMIA 체결을 통해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확대하기보다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해 내부 반발을 사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외교안보 협력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다음 달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용으로 소모해 전략적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지난달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논란이 된 미군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문제 등에서 확인되듯 현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안보협력문제에서 대전략보다는 당장의 위기를 피하는데 급급한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동맹국을 배려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이같은 태도도 큰 문제가 없지만, 기존의 틀을 모조리 깨버리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연내 체결을 고집하기보다는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국의 안보부담을 늘리려 할 것이 분명한 트럼프에게 일본과의 GSOMIA 체결을 내세워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통해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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