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 전경. |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GSOMIA를 조기 체결하기보다는 차기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윤곽을 드러낸 직후 체결 시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국방부 ‘속도전’, 야권과 시민단체 ‘반발’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말 GSOMIA 체결을 위한 3차 실무협의를 열어 양측 간 가서명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GSOMIA 협상을 재개한고 밝힌 지 10여일 만에 일본과 GSOMIA 초안에 합의하고 법제처의 심사를 의뢰하는 등 진행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환태평양합동훈련(림팩)에 참가한 일본 호위함 이세. 미 해군 제공 |
법제처 심사가 끝나면 외교부 주도로 차관회의 상정,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등 국내법상 필요한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제처의 심사와 병행해 국방부는 한일 양국은 14일 도쿄에서 3차 실무협의를 열어 GSOMIA 문안을 완성하고 가서명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서명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이르면 이달 말 체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의 ‘GSOMIA 속도전’이 거듭되면서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서애 류성용함. |
◆ GSOMIA, 왜 이렇게 서두르나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GSOMIA가 추진되면서 국방부의 입장은 ‘이해와 설득’에서 ‘궁색해지거나, 뻔뻔해지거나’로 바뀌고 있다. 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한 장관에게 “장관은 (협정 체결에 대해) 여건 성숙이 우선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고 야당도 이 시기에 협정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추진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추궁했다. 한 장관은 “여론을 선도하는 분들에게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고 여건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할 뿐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야권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국방부는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문상균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안보적으로 꼭 필요한 사항이라 판단하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추진한다는 입장”이라며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변인은 “국민적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지만 가서명까지 앞둔 상황에서 이런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그 이유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여론의 관심이 최순실 파문에 집중되자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간한 사고는 묻힐 거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반대에도 졸속 협정을 강행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방부가 국정 혼란을 틈타 GSOMIA를 추진하고 있다”며 거국내각 구성 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훈련중인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 미 공군 제공 |
일각에서는 GSOMIA 체결 과정에서 전략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맹국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고립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연내 체결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윤곽을 드러낸 직후에 GSOMIA를 체결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한일 안보협력 강화는 트럼프에게도 긍정적인 일”이라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개최 시점에 맞춰 GSOMIA를 체결해 트럼프에게 생색을 내고, ‘미국이 IS와 싸우는 동안 한일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의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트럼프를 설득하면 방위비분담금 증액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요구를 막을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수집을 위해 설치된 통신 안테나. |
지난달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논란이 된 미군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 문제 등에서 확인되듯 현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안보협력문제에서 대전략보다는 당장의 위기를 피하는데 급급한 근시안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동맹국을 배려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이같은 태도도 큰 문제가 없지만, 기존의 틀을 모조리 깨버리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연내 체결을 고집하기보다는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국의 안보부담을 늘리려 할 것이 분명한 트럼프에게 일본과의 GSOMIA 체결을 내세워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통해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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