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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의 중도 사임 사례는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다. 그는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었지만 2014년 재선 당시 경제 적자를 숨기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탄핵됐다. 호세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은 정당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무효화시키려 한다. 유권자의 주권과 사회적 진보를 위협하는 탄핵에 맞서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브라질 상원의 탄핵 심판 절차 개시를 ‘쿠데타’, ‘정치적 테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선 1992년에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이 부정축재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사임했다.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부정부패 척결이었다고 한다.
남미 국가들에는 부정축재 혐의로 탄핵된 대통령이 많다. 1993년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이 공금횡령 및 부정축재 혐의로 탄핵됐다. 1997년 탄핵된 에콰도르의 압달라 부카람 대통령은 세금 횡령 혐의를 받았다. 2000년에는 일본계 동양인 지도자로 유명세를 탔던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부패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했으나, 탄핵 절차가 먼저 진행되는 바람에 역사에는 탄핵으로 사임한 것으로 기록됐다.
민주주의 선진국들도 대통령의 불명예 퇴임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독일의 보수 독일 기독민주연합(CDU) 출신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은 비교적 최근인 2012년 2월 자진사임했다. 한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잘 나가는 정치인이었지만, 2008년 주택 구입을 위해 사업가인 지인으로부터 시중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연리 4% 조건으로 50만 유로의 부도덕한 사채를 썼다는 의혹이 일자 2012년 2월 중도 사임했다.
공화당 출신의 미국의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워터게이트 사건 공모사실이 발각돼 스스로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이 스스로의 재선을 위해 불법 도청 장치를 설치했던 미국 최대의 정치 스캔들 중 하나다. 그는 1973년 6월까지 워터게이트 사건 공모 사실을 부인했지만 집무실에서 “워터게이트 침입은 국가 안보 문제이니 연방수사국은 이 문제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고 한 말이 녹음돼 공개되면서 공모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인들의 분노가 치솟았고, 의회가 준비한 탄핵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그는 스스로 물러났다.
성추행 혐의로 사임한 이는 2007년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알려져 스스로 사임한 이스라엘의 모셰 카차브 대통령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사례가 있다. 그는 장기 집권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인 가운데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에 의해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남은 여생은 미국 하와이에 망명해 보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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