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에서 스마트폰·촛불·피켓 등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한윤종 기자 |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시국의 주 관심사이자 박 대통령 하야 주장의 원인이 된 만큼 이날 집회는 전반적으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발언과 순서가 두드러졌다. 본집회 시작 직전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순서에서부터 박근혜 정권 풍자가 시작됐다.
주최 측 스트레칭 시범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억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급한 차은택씨의 '늘품체조' 대신 3500원짜리 '하품체조'를 가르쳐주겠다며 스트레칭 시범을 보였다. 손을 배에 모으고 허리와 고개를 앞으로 깊이 숙이는 동작을 할 때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검찰이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을 본떴다'고 설명하고, 팔을 펴면서는 '하야!'라고 외치도록 하기도 했다. 민중총궐기 무대에 올라온 한 발언자는 "투쟁 대신 하야로 인사하겠다, 하야!"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한체대 학생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늘품 체조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화예술계 인사와 학생들은 전통적인 집회·시위 모습 외에 퍼포먼스의 형태로 집회에 동참했다. 자신을 '문체부 블랙리스트'로 소개한 임옥상 화백은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앞에서 우레탄 폼과 한지로 만든 박 대통령과 최씨의 대형 얼굴 상에 못을 꽂아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 얼굴 상에는 '오방낭', '차은택', '고영태'라고 적혀 있었다. 이 퍼포먼스에는 임 화백뿐 아니라 현장에 모인 참석자들도 동참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집회에서 대형 소녀상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청년연대,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등 청년·대학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집회에서 오방색 풍자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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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4∼5m의 세월호 모형도 등장했다. 세월호에는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로 '구조 안 함', '미수습자', '유품', '진실', '침몰원인' 등의 종이를 붙여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일부러 구조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농민들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상여를 끌고 행진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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