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촛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환하게 밝힌 100만개의 촛불을 바라보며 한 시민이 나직히 내뱉은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주 연속 5%에 머문 것을 떠올리면, 그리 이상할 법도 없는 얘기다.
애초 노동·사회단체의 조직력이 총동원되는 민중총궐기로 기획됐던 이날 집회는 일반 시민이 대거 합류하면서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만들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 역사적 촛불집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념과 세대 구분 없이 각계각층이 참여했지만, 이날은 특히 지방 거주 시민의 동참이 두드러졌다.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서울행 KTX 티켓도 매진 사례였다. 전주-서울 KTX 열차에서 만난 한 승무원은 “원래 토요일에 승객이 많긴 한데 오늘은 정말 일찍부터 모든 구간이 매진”이라고 말했다. 버스로 꽉 들어찬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CCTV 화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주에서도 1000여명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민중총궐기 제주위원회 소속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직국장은 “그만큼 박근혜 퇴진을 향한 민심이 타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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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민중총궐기에 참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놀란 눈치다. 순창에서 올라온 심모(54·여)씨는 “오전 8시30분에 버스 8대에 나눠 타고 올라왔다”며 “전농 차원에서 매년 이맘때 상경해서 하는 집회인데, 이전에는 한두 대 오던 게 올해 이렇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의 청소년들도 대거 상경해 촛불을 들었다. 원주에서 왔다는 오모(17) 군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교복을 입은 채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학교에서 마음 맞는 친구 12명이 함께 올라왔다”며 “우리처럼 깨어 있는 학생들도 많다. 어른들이 ‘학생이 공부나 해라’ 그런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사건팀 societ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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