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 30분쯤 조사실을 나온 박 사장은 ‘독일에서 최씨를 만났나’, ‘최씨 소유 회사와 계약한 이유가 뭔가’, ‘이재용 부회장도 계약 사실을 알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검찰청사를 떠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전날 오후 2시쯤 박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19시간 가량 자금 지원 경위와 대가성 여부, 그룹 수뇌부의 역할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대한승마협회장인 박 사장은 삼성과 최씨간 가교 구실을 하며 자금 지원의 실무를 총괄한 인물로 알려졌다.
삼성은 작년 9∼10월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컨설팅 계약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 대가성 자금 지원성격이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랐다. 계약 당시 박 사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최씨와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금액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성이 모종의 청탁과 함께 자금을 지원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작년 5월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었지만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성은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 정유라씨에 4년간 186억원을 단독 후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삼성의 지원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단서를 잡고 이달 8일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대외협력단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황성수(54)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 겸 승마협회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박 사장에 이어 조만간 장충기(62)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소환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원안 승인 여부, 그룹 차원의 또 다른 지원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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