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馬)'은 못사주지만, '좋은 나라' 만들어줄게."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에 태어났나. 자괴감이 들어 나오게 됐다."
"나중에 자식이 생겼을 때 지금의 나라를 물려주고 싶진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주말 촛불집회에 다양한 계층 및 연령대의 시민들이 대거 몰려든 가운데, 특히 20~30대의 참여가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가장 분노한 주역은 20~30대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제도적 평등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사회에서 기성세대보다 대부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1~2명의 자녀만을 두는 핵가족에서 '너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격려 속에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성인이 되어 직면한 대한민국 사회는 달랐다.
12일 밤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3호선 경복궁역 청와대 방향 네거리에 설치된 차벽 앞에서 촛불을 나누고 있다. 사진=하상윤 기자 |
그간 각종 기회의 불평등, 고용 불안 등을 겪으면서 켜켜이 쌓여왔던 현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이번 사태에 가장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김모(26)씨는 "2008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당시엔 고등학생이라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내내 후회스러웠다"며 "또 다시 후회하지 않으려고, 작지만 힘을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더이상 대한민국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이모(37)씨는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이곳을 찾았다. 이씨는 "도저히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순 없어 생업을 포기하고 왔다. 정의로운 사회를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2일 밤 3호선 경복궁역 인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한윤종 기자 |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1학년생인 박모(17)양은 "우리가 이끌어가야 할 나라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며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만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집회가 열린다면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홀로 버스를 타고 상경한 모 고등학교 1학년생 최모(17)군은 "대한민국은 국민이 '갑'인데 갑한테, '을'인 대통령과 일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이른바 '갑질'을 한다.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며 "대통령의 퇴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밤 시민들의 행진이 시작된 가운데 서울 경복궁 인근 청와대로 향하는 길이 경찰차벽에 막혀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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