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융복합형 공연장 중심 문화콘텐츠 거점 기본구상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업 자문위원으로 총 6명이 등장한다. 그중 윤정섭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차씨의 스승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처남매제지간으로 현재 차씨가 주도해 만든 문화창조융합센터 아카데미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8월 김 전 장관이 발탁되는 과정에 차씨가 개입했는지 여부, 같은 해 6월 외교부가 선정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자문위원단에 윤 전 교수가 포함된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시공테크 A본부장(사장)도 사업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공테크는 한국관광공사와 62억원 상당의 계약을 맺고 차씨가 전시감독을 맡은 ‘2015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사업에 참여했다. 시공테크 참여 후 사업비가 100억원으로 70% 넘게 올랐는데 검찰은 늘어난 사업비 일부가 차씨 측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박근혜정부 들어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구속)씨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관광공사가 중문골프장 인근에 K팝 공연장 조성 등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관광개발연구원과 H건축사무소에 용역을 줘 만든 최초의 보고서다. 중문단지에 2018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2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이 사업은 차씨의 배후조종 의혹이 제기된 뒤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관광공사는 지난해 11월 추진 계획 보고를 시작으로 지난 1월 전문가 아이디어 회의를 실시했다. 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초 중문골프장은 제주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문체부 측의 요청 등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개발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해 초기 관광공사가 개발사업에 회의적이었음을 시사했다.
윤 전 교수는 “차씨가 아니고 관광개발연구원에서 먼저 연락이 와 당시 관광공사의 중문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다”며 차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또 시공테크 A본부장도 “시공테크 출신의 관광개발연구원 관계자가 도움을 요청해 와서 자문을 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자문위원 선정과 관련해 “자문위원은 연구원이 자문위원 후보군을 용역 발주처에 보내면 발주처가 직접 위원을 선정한다”며 “당시 문체부 산하 창조융합본부와 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시 창조융합본부장이 바로 차씨다.
앞서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0·구속)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 등 최씨 일가가 중문골프장이 위치한 서귀포시 인근에 약 6만6120㎡(2만평)에 달하는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타당성 용역 끝에 나온 관광공사의 ‘불가능’ 의견에도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관광공사에 압력을 넣어 사업을 강행시켰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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