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대통령의 2선 후퇴라는 ‘단계적인 퇴진’에서 ‘질서있는 퇴진’으로 당론을 바꿨다. 하야, 탄핵을 포함해 대통령 퇴진을 위한 야3당 공조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선택은 결단밖에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1차 사과, 지난 2일 김병준 총리 지명, 4일 2차 사과, 8일 국회 추천 총리 제안 등 ‘찔끔’ 양보로 국민 분노와 야당 반발을 자초했다.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 인파가 서울 도심을 뒤덮었으나 박 대통령은 ‘2선 후퇴’도 거부했다. 청와대는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심을 전혀 모르는 안이한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는다. 사실상 피의자 신분이다. 박 대통령의 혐의는 드러날 것이고 야당은 이를 근거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탄핵안은 발의부터 통과까지 국회 처리 과정과 헌법재판소 심리까지 포함하면 6개월을 넘길 수 있다. 탄핵은 법적 절차인 만큼 명쾌하지만 쉬운 지름길을 놔두고 번거로움이 따르는 먼길을 선택하는 것이 된다.
박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했다. 2차 사과에선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금 국정은 박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표류 중이다. 그 책임을 지는 일은 박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밖에 없다. ‘질서있는 퇴진론’은 헌정중단 사태를 피하고 과도기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론으로 보인다. ‘퇴진 로드맵’에 따라 국회가 합의한 총리를 임명하고 과도내각을 구성해 향후 정치일정을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해 대선을 조기에 진행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뿐이다. 박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담화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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