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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진박’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유영하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 12월 경기 군포시에서 열린 거리유세에 동행한 유 변호사(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
박 대통령과 검찰의 충돌 지점은 ‘대면조사’ 가능 여부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고 대면조사를 한다면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조사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사실상 서면조사만 받겠다는 얘기다. 조사시점 역시 “박 대통령 이외의 다른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끝난 뒤”라고 못박았다.
검찰은 “진상 규명을 위해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16일 조사가 어렵다면 17일에라도 조사할 수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 핵심 의혹과 관련한 수사도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서울고검청사 앞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거부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서면조사가 아닌 대면조사를 하면 검사가 박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혐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말을 무심결에 할 수 있다고 변호인 측이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시간적인 여유를 벌려는 이유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최순실(60·구속)씨를 이달 20일까지 법원에 기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검찰이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운영 과정을 비롯해 최씨 일당의 범죄에 연루됐다는 내용을 담는다면 탄핵을 당할 소지가 있다. 헌법 65조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면서 특검을 기다리다가 정국 변화 등을 도모하는 게 당장 탄핵 사유를 제공한 일보단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조사 원천거부’ 카드를 꺼내기 위한 수순으로 서면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조사에 원천적으로 응하지 않는 게 최선인 상황에서 “서면조사에는 응했는데 검찰이 거부했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려 한 것이란 분석이다.
검찰은 애초 청와대나 제3의 장소에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는 방안을 기대했다. 청와대도 “그 정도라면 타협할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에 검찰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의 변호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 및 최씨 일가와 관련된 의혹이 봇물처럼 나오는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검찰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전략이란 것이다.
가령 박 대통령은 지난번 담화에선 “필요하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라”는 주문을 했다. 이는 대통령이 헌법상 내란과 외환죄를 저질렀을 때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기소되지 않는 특권을 믿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날은 “현직 대통령이 의혹 제기될 때마다 건건이 조사받는다면 국정수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수사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씨 일가의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 대국민 담화에선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긴 것”이라고 정리했지만 이날은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었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언급한 점이 근거다. 선의에서 비롯한 일이란 주장은 같지만 결과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투로 바뀐 것이다. 최씨와 관련한 각종 정부 사업이 좋은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법익 침해’가 없었고, 따라서 범죄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최씨 일가와 박 대통령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최씨 일가는 무죄라고 주장하는 쪽으로 변호 전략을 짰다는 뜻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헌법상 특권을 무기로 남은 임기를 채우자는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이 하는 행동이야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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