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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신라인과 석빙고

입력 : 2016-11-17 00:30:58 수정 : 2016-11-17 00: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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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는 중세 예루살렘 근처 사막에서 포로로 잡힌 십자군 장군이 얼음 물을 들이켜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이 얼 리 없는 뜨거운 사막, 게다가 냉장고를 상상할 수 없는 수백년 전의 사막에서 얼음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오고 보관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그 시절에도 얼음을 만들고 먹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는 신라 지증왕 때인 505년에 얼음을 저장한 ‘빙고전’(氷庫典)이란 관아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시대 빙고는 하천변에 흙 구덩이를 넓게 파고 한쪽을 약간 낮게 만든 후 지하식의 긴 배수로를 연결하여 온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그 안에 얼음을 넣고, 쌀겨로 채운 후 지붕을 덮으면 여름까지 유지되었다고 한다. 부여 구드래에서는 백제와 조선시대 빙고가 발굴되었고 근래까지 ‘빙고리’로 불렸다.

최근 경주 남천변의 김유신 장군의 종택이라고 알려진 ‘재매정’에서 돌로 만든 빙고가 발굴됐다.(사진) 재매정은 왕궁인 월성 서편에 옛 우물터가 남아있는 곳으로 1872년에 세워진 비각이 있다. 남쪽 하천가에 만들어진 석빙고는 내부 중앙으로 물이 빠지는 ‘十’자형의 시설이 바깥으로 빠지는 배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김유신은 선덕여왕 13년(644)에 백제의 일곱 성을 공격한 후 이듬해 정월에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백제의 역습으로 김유신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문 앞에서 집에서 떠온 물을 마신 김유신은 “우리 집 물맛은 옛날 그대로구나!” 하고 다시 전쟁터로 나갔다고 한다. 그는 얼음을 동동 띄운 차가운 물로 급한 마음을 가다듬지는 않았을까.

경주 월성과 남천 주변을 발굴하면 더 많은 빙고가 확인되리라 기대된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환자와 감옥의 죄수에게도 얼음을 지급했다고 하니 선조들의 애민정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은석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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